존재의 이유
존재의 이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10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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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사단 윤 일병의 주검 앞에서 대한민국이 분노의 화염에 휩싸여있다.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비극이었다. 왜 그런 참혹한 사태를 불러들였나. 브레이크 없는 차량처럼 죽음에 이르는 질주를 멈추지 않은 결과,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고 후회하기엔 너무 늦어 버렸다. 포병연대 의무부대 2년여 짧은 시간, 군이라는 제한적 공간에서의 인간관계의 문제였고 사건이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20대 혈기왕성한 사람들이 감내하기에 국방부 시간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갑갑하고 답답해서 울화가 치밀었다.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처럼 때마침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까지 보도되는 것을 보면서 참담함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파괴본능을 발휘하는 우리 안의 악마를 물리치지 않고서는 짐승보다 못한 처지로 떨어지고 만다. 수호천사가 될 수는 없다하더라도 동료를, 전우를, 친구를, 가족을 살해해서야 되겠는가.

수천 년 전 기록된 성경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아득한 성경 속의 기록들이 과거지사가 아니고 현재진행형으로 계속 이어지는 것을 목도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초의 사람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께 죄를 짓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낳게 된 아들이 가인과 아벨이다. 두 형제가 점점 커가고 장성한 어느 날 가인은 동생을 몰래 돌로 쳐 죽여 버린다. 하나님이 동생의 제사는 받아주고 자신과 자신의 제물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아담과 하와가 살인을 사주했을 리 만무하고, 가르치지 않았음은 불문가지의 사실이다. 그런데도 거절감과 분노에 사로잡힌 가인은 살인자로 돌변하고 말았다. 가인의 분노와 거절감과 낮은 자존감은 유전자처럼 대물림되는가.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현대판 가인과 아벨의 판박이’라는 판단뿐 다른 해석을 할 수가 없었다.

B.C. 14세기 패권국가 이집트에서 나라를 구해낸 불세출의 영웅이 모세이다. 그의 이름은 ‘건짐 받은 자’라는 뜻이다. 이스라엘의 남자아기는 태어나자마자 모두 강물에 빠뜨려 죽이는 것이 이집트의 법이었다. 그 지독한 운명에서 살아남은 자가 모세였다. 그는 이후에 이스라엘 백성들을 홍해바다에서 건져내게 되고, 이집트 사람들을 홍해바다에 수장시킨 장본인이 된다.

출애굽의 지도자가 된 모세는 하나님의 부름을 받고 호렙산에서 40일 간 금식한 후에 다듬어진 두 돌판에 십계명을 받게 되는데, 목숨을 건 기도를 한 후였다. 그 내용은 신과의 관계에 관한 것 4계명과 사람과의 관계에 관한 6계명으로 이대별(二大別) 된다. 사람에 대한 예의와 쌍방질서라 해도 좋을 6가지를 옮겨본다. “네 부모를 공경하라”,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도둑질 하지 말라”,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증거하지 말라”,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이다. 십계명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좌표를 어찌 그리 정확하게 적시해 놓았는지 신의 지혜에 경탄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윤 일병의 구타사건에 동참한 이 모 병장과 일행들은 가인처럼 일평생 죄책감과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서기 1910년 3월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하기 전 붓글씨로 쓴 50여점의 유작을 남겼다. 그 중 ‘경천’이라는 붓글씨가 마침내 천주교의 품에 안겼다는 뉴스를 어제 들었다. 그 뜻은 하늘을 경외하라는 뜻이다. 경천(敬天)하는 자 애인(愛人)하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는 경천애인을 가슴에 품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

<박정관 굿뉴스 울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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