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공업화 사회’교육의 방향
‘탈공업화 사회’교육의 방향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6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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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일본의 ‘오구마 에이지’가 지은 ‘사회를 바꾸려면’을 읽고 있다. 그런데, 서론에 해당되는 1장 ‘우리 사회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대목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 공업화 사회를 거친 일본은 1980년대 이후 ‘탈공업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탈공업화 사회’ 모습이 우리나라 현 사회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탈공업화 사회는 정보 기술의 발달로 인한 세계화가 특징이다. 전 세계 어디서나 값싸게 제품을 생산할 수 있고 주문 생산으로 제품을 전 세계에 팔 수 있다. 공장에서 컴퓨터가 대부분의 전문적인 작업을 대체하기 때문에 숙련공의 필요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사무직도 단순 사무는 비정규직으로 전환하고, 디자인 등 전문 업무는 외주로 한다. 장기 고용 정사원은 기획 등 몇몇 분야에서만 필요하다.

선진국에서는 금융업이 융성하고, 택배업자나 데이터 입력업자 등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가 생긴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안정된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에 복지를 위한 세수나 적립금이 감소한다. 따라서 복지 혜택이 줄어들고 빈부격차가 심하게 벌어진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층에서는 학력 확보를 통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한다. 그들 이외에는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진학 의욕이 떨어진다.

전업주부도 일터로 나선다. 따라서 가정의 의미가 축소되고 가정이 불안정해진다. 청년들은 비정규직화가 늘어나고, 결혼은 더욱 늦어진다. 결혼하더라도 자녀수가 줄어든다. 이 내용은 지금 우리 사회 현상과 유사하다. 이런 현상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면 향후 누군가 우리 사회 변화에 대한 대책이나 대응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 교육계를 긴장시킬 사건이 하나 발생했다. 경기와 충북 교육청에서 이번 2학기 부터 9시 등교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신임 교육감이 학생들의 건강권과 가족과의 아침 식사 함께하기를 ‘0교시 폐지’ 방침을 밝힌 것이다.

경기도의 경우 학생들은 수면 부족과 아침밥을 거르는 경우를 예로 들며 이 정책을 대부분 찬성하고 있다. 반면에 맞벌이 부부 학부모 측에서는 자녀들과 함께 아침에 집에서 출발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권고’라고 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강제’로 인식하며 정책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아 교육계에 큰 변화가 예고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울산 지역 고등학교에서는 아직 ‘0교시 수업’에 대한 언급이 없다. 현재 울산 지역 고등학교 3학년들은 일찍 등교해서 아주 늦게 귀가한다. 경기도, 충청도 고등학교가 9시에 등교해 0교시 수업을 하지 않으면 경쟁 상대자인 울산 학생들이 그만큼 공부하는 시간이 늘어나 학생들이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좋은 기회를 갖게 될까.

‘탈공업화 사회’의 대책 중 하나가 ‘0교시 폐지’는 아니겠지만 우리 교육계에서도 ‘탈공업화 사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대안을 모색할 때가 됐다.

근래 우리 주변에서 청소년과 관련된 끔찍한 사건들이 매일 보도되고 있다. 이 사건들이 ‘탈공업화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기를 바라며, 0교시 수업을 하고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해야 하는 우리 교육 현실과도 연계되지 않는 사항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윤주은 울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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