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회-4. 모반과 추억(11)
47회-4. 모반과 추억(1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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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순국(창원가야)의 접경을 넘어서까지 말을 달려 가보았으나 어떤 흔적도 발견하지 못하였다. 어쩌면 야로에서 아라국(함안가야)으로 이르는 길옆의 산속에 은신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강단석은 병력을 돌렸다.

동이 트고 온 누리에 새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에서 한 무리의 사람을 만났다. 탁순국 불모산에서 내려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은 말 잔등에 짐을 운반하고 있었다.

불모산은 탁순국의 철이 생산되는 산이었고 거기엔 규모는 작지만 탁순국의 야철지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생산된 철정을 운반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행은 그냥 지나쳐갔다. 강단석 군장은 오다가 생각해 보니 이른 아침에 짐을 나르고 있는 그들의 행동이 의심쩍게 여겨졌다.

“말머리를 돌려라. 그 자들의 행동이 수상하다.”

장군은 병력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들은 여유롭게 짐을 운반하고 있었다.

“멈추어라! 멈추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군장은 그들 앞으로 달려가서 길을 막으며 말했다. 짐을 운반하던 자들은 순순히 행렬을 멈추었다. 모두가 야철지에서 일하는 작업자의 복장이었다.

“네놈들이 운반하는 짐이 무엇이며 어디로 가는 길인가?”

군장이 굵은 음성으로 물었다.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짐이 무엇인가를 묻지 않았느냐. 어서 말하지 못하겠는가?”

강단석 군장이 다시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 자들이 수상하다. 모두 묶어라.”

군장이 칼을 빼들며 말했다.

군병들이 말에서 내려 한 사람씩 확인하며 손발을 묶었다.

“살려 주십시오. 소인은 모릅니다.”

한 사람의 입에서 무심결에 왜국 말이 튀어나았다.

현장에서 한 사람 한 사람씩 조사해본 결과 몇 사람을 제외하곤 모두가 왜국사람이었다.

“네놈은 말을 알면서도 왜 말을 하지 않았는가?”

군장이 칼끝을 목에 대며 말했다.

“저들이 말하지 말라고 하였사옵니다.”

그 자는 궁색한 변명을 둘러댔다.

“저자들이 네놈에게 말하지 말라고 하였다고? 그 이유가 무엇인가?”

강단석은 칼끝에 더 힘을 주며 재차 물었다.

“실은 탁순국 왕의 허가 없이 철정을 구입해 가고 있기 때문이옵니다.”

그 자는 기어들어가는 음성으로 말했다.

“감히 거짓말을 하려 들다니, 네놈이 이 자리에서 죽고 싶으냐?”

장군은 이번엔 칼끝을 놈의 입안으로 쑤셔 넣으며 말했다.

“살려주십시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그제서야 그 자는 실토하기 시작했다. 강단석은 죄인들을 묶어서 다라로 돌아왔다.

글=이충호/그림=황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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