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안전확보 위한 법적 대비 필요하다
휴가철 안전확보 위한 법적 대비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5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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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민들이 휴가를 떠나고 또 떠날 준비를 하던 차에 갑자기 몰아친 태풍으로, 어떤 이는 휴가를 망쳤다고 아쉬워하고, 어떤 이는 캠핑장에 대한 점검과 사전대비가 소홀했던 정부를 탓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기상이변이라며 걱정스런 시선을 보냅니다.

필자 역시 태풍 ‘나크리’가 지나가던 날 밤 울주의 한 계곡에서 큰 곤욕을 치렀습니다. 태풍이 제주도를 거쳐 인천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도 ‘대한민국은 넓다’라는 착각에 빠져 태풍진로가 그쪽이라면 울산은 괜찮겠거니 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태풍이 지나더라도 울산 지역은 그저 간접적인 비바람 정도로 그칠 것이라 안심했습니다. 그런데 새삼 ‘대한민국은 넓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비에 젖은 휴가를 보내야 했습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폭우 등에 대비하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에 관하여 우리 법은 국가배상법 상 ‘영조물 책임’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도로 또는 하천을 ‘영조물’이라 하는데 이런 영조물을 설치, 관리하는 과정에서 객관적 하자가 있으면 국가가 잘했느냐 잘못했느냐를 따지지 않고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것이 그것입니다. 다만 객관적 안전성을 갖췄다면 불가항력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는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책임을 면할 수 있습니다. 또 책임을 진다하더라도 시설물의 설치 관리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폭우 등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가 주로 시설물의 설치 관리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예상하기 어려운 폭우가 수시로 내리는 현재의 기상상황을 보면 과거 기상자료에 근거해 시설의 객관적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시민의 안전을 완전히 담보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게 됩니다. 특히 가족 캠핑이 활성화돼 산, 계곡 등 행정력이 제대로 미치기 어려운 지역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을 겨냥한 사설 캠핑장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현 상황을 살펴보면 ‘시설의 설치와 관리’도 중요하지만 ‘빠른 경보와 대피 시스템 구축’이 더욱 절실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번 폭우로 계곡에서, 산속에서, 강가에서 갑자기 물벼락 세례를 받은 울산 시민들 중 대다수는 대피방송이나 대피 안내 등을 받지 못했으며, 심지어 사설 캠핑장에서조차 그와 같은 방송이나 안내가 없었던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합니다. 앞으로 더 잦아지고 더 예상하기 어려워지는 기상이변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하천개량 등 하드웨어 적 대응만이 아닌 재난 대피 방송 및 안내 등의 소프트웨어적 대응 역량을 이제부터라도 키워 나가야 합니다. 또 현행법의 미비점도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폭우의 경우에서처럼 경고방송 및 대피안내를 소홀히 한 경우 법적 책임을 보다 쉽게 묻기 위한 법제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합니다.

특히 사설 캠핑장은 사용자들에게 사용료를 부과합니다. 그렇다면 그에 상응하는 안전책임도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이를 보다 쉽게 강제할 법제적 뒷받침이 없습니다. 때문에 자칫 피해가 발생했을 때 당사자가 고스란히 감내해야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구석구석까지 규율되고 안전이 확보돼야 진정한 복지국가가 아니겠습니까.

한 여름 내리는 비를 맞으며 친구들과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안전이 확보된다면 휴가철 폭우도 불청객이 아닌 또 다른 추억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김상욱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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