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무관심 극복과 야권의 자세
정치적 무관심 극복과 야권의 자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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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5석의 주인을 찾는 7·30 재보궐선거가 막을 내렸다. 전국 평균 투표율 32.9%에 울산 남구을은 29.1%를 기록했다. 야권의 전국적인 참패였다. 울산 남구을은 박맹우 후보가 55.8%를 득표해 당선됐으며, 무소속 송철호 후보는 44.2%의 득표율을 보여 초반의 열세를 극복하며 치열한 막판 접전을 벌여 주목 받기에 충분했다.

선거는 승자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승자에게서 등을 돌린 44.2%의 의미를 간과할 순 없다. 따지고 보면 박맹우 당선인은 선거구 전체 유권자 수와 득표율을 대입하면 약 15%의 지지를 받고 승자가 된 셈이다.

이렇게 투표율이 낮은 것은 시민들의 정치적 무관심 때문이다. 선거 참여는 간접 민주주의의 가장 대표적이 형태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역대 투표율을 보면 시대적 환경과 정치적 요인에 따라 투표율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만큼 정치에 관심이 적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정치적 무관심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라스웰은 정치적 무관심 혹은 비정치적 태도를 세 가지로 나누고 있다. 첫째, 탈정치적 태도이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경험이 있으나 자신의 뜻대로 실현되지 않아, 정치에 환멸을 느껴 무관심해지는 경우이다.

둘째, 무정치적 태도이다. 이것은 정치 이외의 다른 가치 혹은 욕망에 대한 집착으로 정치에 대해 아예 관심을 갖지 않은 경우이다. 셋째, 반정치적 태도이다. 이는 자신의 정치적 신념과 현실 정치가 충돌한다는 관점에서 정치와 권력 과정을 반대하는 경우이다.

이런 정치적 무관심은 역설적으로 자신의 뜻과 무관한 정책 결정에 대한 지지로 귀결된다. 따라서 무관심을 극복하고 민주 정치의 주인으로서 시민 개개인의 의식 개혁과 시민 참여를 당연시하는 사회적 풍토, 정치 문화 구축이 중요하다. 공청회, 청원, 국민 감사 청구, 옴부즈맨 제도 등 참여를 위한 제도적 장치의 마련과 시민운동 활성화, 시민 교육 등 시민 참여 의식 확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6·4지방선거와 7·30보궐선거 결과에서 나온 울산의 새누리당 독식구조도 바로 시민의 의식 부족과 정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엔 야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요즘은 과거 야도(野都)다웠던 울산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다당제에 의한 야권후보의 난립 탓도 있지만 선거 때마다 야권 연대니, 단일화니 하면서도 결속력과 뒷심을 발휘하지 못해 선거에서 좋은 결실을 맺지 못한 게 더 큰 요인이다.

제1야당인 새정치연합은 치열함이 부족하다. 간절함도 크게 눈이 띄지 않는다. 야당이 이 두 가지를 상실하면 야권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없어진다. 안철수 공동대표가 7·30재보궐선거의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후 측근들에게 “홀가분하다”고 한 표현은 제1야당의 대표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처신이었다. 권한과 책임은 비례한다. 차라리 “책임감을 뼈저리게 통감한다”며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어야 했다.

더 나아가 각 위기 때마다 대두되는 세대교체론은 이제 별 설득력이 없다. 환골탈태의 새로운 각오로 대표성을 단일화하고 인물교체를 이뤄야 한다. 이런 상황은 울산도 마찬가지다. 야당 쪽에 관심을 가질래야 가질 여지가 없다. 중앙당에서 내리는 지침과 당론을 그대로 따르니 울산 야당만의 색깔이 없다.

울산 야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야성을 되찾는 것이다.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전남에서 이룬 승리의 원동력을 교훈으로 삼을 일이다.

<김종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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