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멘토는 어디에 있나
나의 멘토는 어디에 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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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前 장관이 멘토라면 내 멘토는 300여 명쯤 된다” 하여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코미디 같은 멘트가 있었다. 멘토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오디세우스의 친구 멘토르에서 유래했다. 멘토르는 오디세우스가 트로이전쟁에 출정하여 20년이 되도록 귀향하지 않는 동안 그의 아들을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하도록 돌보며 가르쳤다. 그 후 그의 이름이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 또는 스승의 뜻’을 나타내게 됐다.

경험과 지식이 많은 사람이 스승 역할을 하여 지도와 조언으로 그 대상자의 실력과 잠재력을 향상시켜 주는 체계를 멘토링이라고 하며 스승 역할을 하는 사람을 멘토(mentor), 지도 또는 조언을 받는 사람은 멘티(mentee)라고 한다.

지난달 29일 울산과학대학교에서 기술사관 육성사업단과 NCN의 공동주관으로 기술사관학교 학생들을 위한 ‘지식나눔 멘토링’ 결연식이 있었다.

NCN은 울산의 퇴직 공장장들로 구성된 울산전문경력인사지원센터다. 따라서 ‘지식나눔 멘토링’은 퇴직 후 30여년간 기업에서 쌓은 고급기술과 경험을 멘티 학생에게 전달하는 재능기부 봉사인 셈이다.

이번 결연식에는 NCN 회원 10명과 울산과학대학교 환경화학공업과 1학년 31명, 울산공업고등학교 환경화학공업과 3학년 31명이 참여했으며 총 10개의 멘토링 팀으로 구성되었다. 5개월에 걸쳐 멘토의 지도로 현장지식과 실무경험을 쌓거나 멘토와 함께 관련업체를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다. 대학 1학년생은 멘티가 되면서 또한 고등학교 3학년생 후배들을 사랑으로 이끄는 멘토가 된다. 전국 최초로 멘토링 사다리가 구축된 것이다.

울산과학대학교 허정석 총장은 환영사에서 “멘토링 결연식에 참여하는 학생 모두가 취업과 동시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현장실무형 기술인력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라며 높은 기대감을 전했다. 울산광역시 장만석 경제부시장은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에 울산도 예외일 수 없으며 멘토링 결연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매우 좋은 방법”이라며 “오랜 현장경험을 가진 NCN 멘토와 멘티 학생이 하나가 돼 지역사회의 산업과 경제를 이끄는 선봉장이 돼 주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필자는 7년 전 모교인 중동고에서 선후배 동문 멘토링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약 100명의 후배들이 참여한다. 올해에도 2명의 2학년생이 화학공학 분야 멘토링을 신청했다. 매년 방학이 되면 멘티들을 한국화학연구원으로 초대한다. 그리고 화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와주고 관심 분야의 박사님들과 실제로 실험을 할 수 있도록 주선하고 대담을 통해 궁금증을 풀어준다.

청소년들이 방황하고 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으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세탁기 돌리듯 하는 현 체계에서 뒤처지면 바로 낙오자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멘토가 더욱 필요하다. 단언하건데 멘토링 프로그램에 자율적으로 참여한 학생들은 그만큼 자기 꿈을 이루고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동기 부여와 목표 설정이 좀 더 뚜렷해지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멘토는 필요하다. 그러나 멘토가 300명이나 될 수는 없다. 단 한명이라도 그저 나의 고민을 누구보다 잘 들어주고,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함께 고민하고, 앞으로 뚜벅뚜벅 나아갈 수 있는 길을 안내해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울산 전역으로 선후배 멘토링 프로그램이 확산돼 나가길 고대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좋은 멘토로 다가갈 수 있다면 이 또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RUPI 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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