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량과 정치꾼'
'선량과 정치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8.0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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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밑바탕을 이루는 한자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 ‘善良’이라면 ‘착하고 어질다’는 뜻이고 ‘選良’이라면 ‘뛰어난 인물을 뽑음. 또는 그렇게 뽑힌 인재’를 일컫는다. 특히 뒤의 낱말은 ‘국회의원’을 달리 이르는 말이 되기도 한다. 다만 전후 두 낱말 모두에는 ‘어질 良’ 자가 들어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좋은 이미지를 품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립대에서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은 김재전(70)이란 정치인이 있다. 2년 전 19대 국회의원선거 때는 서울 동대문을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지난 6·4 지방선거 때는 동대문구청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무소속’ 간판 때문이었는지 두 번 연거푸 쓴 잔을 마신, 어찌 보면 ‘실패한 정치인’이다.

그러한 ‘김 박사’가 ‘지방자치발전연구소장’ 직함을 가졌을 때인 지난 2006년 4월, ‘선량과 정치꾼’이란 저서를 펴냈다. 저서에서 그는 지방정치의 현주소와 과감한 정치개혁,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해 서술했다.

출판사는 이 저서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저자가 1991년 이후 15년여 동안 지방자치 시행 과정에서 일어난 실증적 자료와 언론의 보도내용, 40여 년간 지자체(동대문구청)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지방자치 현장에서 경험한 긍정적`부정적 사례를 중심으로 커튼 뒤에서 바라본 비하인드 스토리(behind story)를 엮은 글이다.”

그가 한 인물시사지 인터뷰에서 한 말은 “선량을 뽑아야 나라가 부정부패에서 벗어나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이 때 그는 ‘선량’의 범위를 ‘국회의원’에 한정하지 않고 ‘지방의원’으로까지 넓혔다.

그는 특히 ‘부정부패’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기초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은 부정부패의 온상”이란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또한 “지방자치를 실시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정치권력이 한 곳에 머무르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며 “권력이 비대해질수록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침해하며 부정부패를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민선 지방자치시대인 만큼 공직자들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아주 중요하지만 정당 공천을 받기 위해 검은 돈이 난무한다”는 말로 비뚤어진 정치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제발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정확하게 짚은 현실일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6·4 지방선거가 끝난 뒤 울산에서는 ‘특정정당 공천에 20억원’ 설이 나돌았다. 그 정도 액수로 되겠느냐는 반문도 있었다. 비례대표 공천에 적지 않은 액수의 ‘검은 돈’이 오갔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흑색소문’까지 그럴듯하게 회자되기도 했다. 사실이라면 ‘선량’ 대신 ‘정치꾼’이 판을 치는 형국이다.

‘선량과 정치꾼’의 저자 김 박사는 이런 말도 남겼다. “더 이상 유권자인 시민들이 특정지역이나 정당만 보고 투표하는 ‘묻지 마 투표’ 행태를 버리려야 한다. 지역을 위한 일꾼들에게 관심을 갖고 도덕성과 청렴성, 업무추진능력 등을 철저히 검증해 제대로 된 인물을 선출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착하고(善) 어진(良) 그에게는 이상정치(理想政治), 이상행정 실현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네 정치 현실은 ‘차카게(착하게) 살자’는 구호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선거운동을 착하게만 했다가는 국물도 없다’는 항간의 소문이 어쩌면 진실인지도 모른다.

<김정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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