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달콤 ‘맛있는 추억’
시원달콤 ‘맛있는 추억’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4.08.03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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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봉다방 미쓰리’
▲ 계산대 뒤로 옛날 과자가 잔뜩 마련돼 있다.
▲ 카페 안 곳곳은 흑백 졸업앨범과 각종 신문 광고, 벽보 등으로 꾸며져 있다.
 
▲ 자리에 앉으면 나오는 ‘출석부’ 메뉴판과 요깃거리.

 

▲ 요즘은 보기 힘든 LP판. 신청하면 감상도 가능하다.

무더위에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여름이면 남녀노소할 것 없이 누구나 찾게 되는 음식이 있

다. 얼음을 곱게 갈고 그 위에 단팥을 얹어 먹는 ‘팥빙수’다. 쫀득한 찹쌀떡과 젤리, 과일이 올려진 팥빙수는 든든한 간식거리가 된다. 팥빙수에 팥은 빠지고 치즈, 초콜릿 등 사람들의 기호에 따라 각양각색의 빙수가 등장하는 요즘 소박한 팥빙수와 함께 추억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중구 젊음의 거리 인근 상가에 ‘봉다방 미쓰리’라는 이색카페가 있다. 인어의 형상을 따왔다는 유명 프랜차이즈 카페의 대표마크를 패러디한 간판부터 눈길을 사로잡는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지금 2014년이 맞나’ 싶은 분위기다. 칠판과 교탁, 나즈막한 책걸상까지 영락없는 교실과 마주하게 된다. 30년은 휠씬 지난 모습의 교실에는 교복, 학생가방, 교련복 등이 걸려있다.

이곳에서는 주문도 특별하다. ‘출석부’라고 적힌 메뉴판이 나오고 종업원을 부르기 위해서는 주먹만큼 큰 종을 들고 흔들어야 한다.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입가심이나 하라고 내놓는 요깃거리는 고무신 한짝에 담겨 나오는데 작은 약과와 어릴적 학교 앞에서 사먹던 ‘아폴로’라는 식품이 앙증맞기까지 하다.

이곳의 팥빙수는 세련되진 않았다. 눈꽃처럼 곱게 갈려 입 안에서 사르륵 녹아내리는 요즘 빙수에 비하면 소박하다못해 투박스럽다. 특이하게 이곳의 빙수는 투명한 유리그릇이 아닌 냄비에 담겨 나온다. 말린 옥수수과자, 옛날 젤리, 아이스크림 한 덩어리와 과자로 한껏 꾸민 냄비 팥빙수는 먹기도 전에 웃음짓게 한다.

얼음이 녹아 팥빙수를 다 먹을 때 쯤 눈이 닿은 곳은 설탕을 녹여 만드는 달고나. 종업원의 교육(?)을 받아 설탕을 열심히 녹이고 모양을 찍다보면 시간을 거슬러 어린애가 된 것 같은 착각도 하게 된다.

이곳의 팥빙수가 특별하다고 느끼는 것은 빙수의 맛이 아니라 가게 안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소품 때문이다. 못난이 인형, 종이인형 놀이, 태권브이, 흑백 사진이 있는 졸업앨범, 흑백의 벽지 광고 등 곳곳에 추억이 있다. 가게 안에는 많은 이들이 남겨둔 소망도 엿볼 수 있다. 주렁주렁 걸려 있는 색색의 소망지에는 ‘진학’, ‘사랑’, ‘우정’ 등을 바라는 짧은 글이 적혀 있다. 과거에 놀러온 이들이 미래를 희망하는 글을 보고있자면 흐뭇해진다.

무더위를 피해 이곳에서 사람들의 추억과 또 내일을 살아가는 희망이 잘 어우러진 소박하지만 시원하고 달달한 팥빙수 한그릇을 맛보는게 어떨까.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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