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만 배럴 적재… 국내 하루소비량
200만 배럴 적재… 국내 하루소비량
  • 김영수 기자
  • 승인 2008.07.2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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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방해양항만청은 지난 17일 항만청 간부직원과 일반직원들을 대상으로 원유운반선 승선 현장 체험 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훈련은 선박종사자들의 근무환경을 이해하고 현장감 있는 안전관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마련된 것. 이날 울산항만청에서 실시하는 체험훈련의 동승자 자격으로 파나마 선적의 15만9천530톤급 대형유조선 ‘C. EMPEROR 호에 올랐다. <편집자>

초대형 유조선 ‘C. EMPEROR 호’ 승선기

SK해운 장기수송 계약

울산항 출발해 45일간 항로

대형 월드컵 구장 3개 규모

22명 선원들이 움직여

■ ‘C. EMPEROR 호’ 승선

국내 최대의 액체화물 취급항만인 울산항.

전국의 액체화물의 35%인 1억 3천1백만톤을 처리하고 있다. 특히 울산지역은 석유화학공단과 2개의 대형 정유공장이 자리 잡고 있어 국내 수입원유의 절반이상이 울산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한해 동안 원유를 싣고 울산항을 입항한 원유운반선은 총 300여척 정도로 대략 하루에 1척씩 입항한 셈.

오전 10시 30분. 정창원 울산항만청장을 비롯한 12명은 매암부두에서 해청호에 승선했다. 이날 해상에는 자욱한 해무(海霧)로 승선 체험훈련 진행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울산항만청 관계자들은 ‘C. EMPEROR 호에 접근해 진행유무를 판단하기로 했다.

20여분쯤 흘렀을까 해무(海霧)사이로 SK원유부이(BUOY)에 계류하고 있는 ‘C. EMPEROR 호’가 모습을 보였다.

해무가 사라졌다. 출렁이는 바다. 해청호와 C. EMPEROR호 선원들의 도움을 받아 초대형 유조선 C. EMPEROR호에 올랐다. 케이블에 연결된 계단을 통해 올라가자 C. EMPEROR호의 넓은 갑판이 펼쳐졌다.

‘C. EMPEROR 호’ 는 삼성중공업에서 건조하고 지난 2004년 3월 19일 진수된 파나마 선적의 VLCC급 원유운반선이다.

‘VLCC’ 란 Very Large Crude oil Carrior의 줄인말로 보통 30만톤급 이상의 유조선을 말한다.

길이 336.6m, 선폭 50.6m, 높이 29.6m. 이는 축구경기장 3개를 갑판위에 만들 수 있는 넓이이며, 높이는 아파트 24층 정도의 규모.

바다 위에서 대형 월드컵전용 구장 3개가 움직이는 것 같은 거대한 유조선을 22명의 선원들이 움직인다.

‘C. EMPEROR 호’는 SK해운과의 장기수송계약을 맺고 울산항에서 출발해 중동에서 원유를 싣고 울산으로 돌아오는 45일간의 항로를 운항한다.

보통 중동의 기착지로 이동하는 기간이 16일, 기름을 옮겨 싣는데 10일, 울산항으로 회항하는 데 19일 정도 걸린다.

최대 속력은 20KTS. 육상에서 달린다면 40km/h에 해당하는 속도로 상당히 빠른 편에 속한다. 항로 안에 있는 느린 선박들을 지그재그로 피해 갈 수 있을 정도라고.

최대 출력은 3만9천990BHP×76RPM으로 이는 말 4만마리가 동시에 끄는 힘과 맞먹는다.

C. EMPEROR 호에 적재할 수 있는 원유량은 약 211만 배럴으로 우리나라가 하루에 소비량과 맞먹는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2억 6천만 달러, 2천600억원 정도. 조그만(?) 대기업 하나가 움직이는 것과 같다는 것이 C. EMPEROR 호 관계자들의 전언.

■ 브리지 와 기관 체험.

C. EMPEROR호 휴게실에서 선박의 구조, 항해방법, 하역설비 등 운항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C. EMPEROR호 관계자으로부터 설명을 들었다. 이어 화제는 지난해 만리포 10km 해상에서 홍콩선적 허베이 스피리트호와 해상크레인을 실은 부선의 충돌해 1만여kl의 원유 유출사고로 옮겨졌다.

이러한 해상 사고가 발생되면 어떻게 처리 할 것이냐는 질문에 관계자는 “발생되는 상황에 맞는 선장의 판단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고 이후 대산항에 입항할 기회가 있었는데 조류가 센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이런 해역에서 앵커를 내리고 작업했다는 것이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C. EMPEROR호는 원유탱크를 보호하고 있는 이중 선체구조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충돌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훈련 참가 일행들은 C. EMPEROR호의 머리 부분인 브릿지와 심장에 해당하는 기관실을 돌아봤다. 5인 정원의 선박 안에 설치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간 기관실은 엔진이 가동되지 않음 에도 불구하고 굉음을 토해냈다.

‘기관실은 C. EMPEROR 호의 심장’이라는 기관실 근무자의 자부심은 이유 없는 것이 아니었다.

기관실 관계자는 “지금은 하역작업중이라 엔진은 움직이지 않고 발전기만 돌리고 있다”며 “ 엔진이 가동되면 말 4만여마리가 동시에 끌어내는 힘으로 C. EMPEROR 호가 움직이게 된다”고 말했다.

■ 원유운반선 하역과정

체험훈련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C. EMPEROR 호는 원유 하역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작업을 하는 필리핀 선원들이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냈다.

SKⅢ원유부이에 계류중인 C. EMPEROR 호가 200백만배럴의 원유를 하역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5시간정도. C. EMPEROR 호의 원유하역은 5천㎥/h의 성능을 가진 펌프 3개를 통해 이뤄진다. 이는 1㎥(가로 세로 높이 1m의 부피)를 한시간당 5천개를 배출할 수 있는 능력이다.

원유하역 작업기간동안 원유부이와 유조선은 계류삭(繫留索)으로 연결되고, 선미는 예인선과 연결돼 원유부이와 유조선의 거리가 가까워질 경우 안전거리 만큼 끌어낸다.

원유는 원유 저장창과 원유부이와 이어진 수상호스를 통해 운송되고 바다밑 해저배관을 통해 정유공장으로 옮겨진다.

■ 선원들의 생활

C. EMPEROR 호의 선원들은 모두 22명. 이중 10명이 필리핀 선원이다. 선박들이 자동화 돼 20여명의 선원들로도 항해가 가능해졌다. 소수의 인원으로 이렇게 큰 선박을 운영해야 되기 때문에 선장의 지시를 잘 이행하는 상명하복은 필수 요소.

승조원의 수가 적어지면서 휴식시간 선원들로 가득했던 휴게실은 이제 옛 말이 됐다고 한다.

비교적 최신식 선박인 C. EMPEROR 호 안에는 생활에 필요한 식당, 세탁실, 도서관 등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런 편의시설도 긴 항해에 피곤함을 달래주기 힘든 법. C. EMPEROR 호 선원들은 6개월간 항해를 하면 45일 정도의 휴가를 받는다.

/ 김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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