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책의 미래
종이책의 미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3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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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e-Book)이 등장한 지 10여 년쯤 지났다. 하지만 많은 독자들이 아직은 종이책을 선호하는 추세다. 한 권의 책을 손에 들었을 때 손끝으로부터 전해져 오는 무게감, 책장을 천천히 넘길 때의 사각거림 등 종이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아날로그적 즐거움을 전자책에서는 찾을 수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15세기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발명한 활판 인쇄술은 16세기 들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른바 독서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그 무렵 모든 독자들이 활자로 인쇄된 종이책을 반긴 것은 아니었다. 독자들은 필경사(筆耕士)들이 손으로 직접 쓴 책의 자연스러움과는 달리 활자로 찍어낸 종이책이 너무 기계적이고 인간미가 없다며 하찮게 여겼다. 인쇄한 종이책은 사람이 손으로 직접 쓴 책보다 값도 쌌지만 잘 팔리지 않았다.

고육지책으로 인쇄업자들은 글자체에 고의적인 결함을 만드는 등의 방법으로 보다 ‘불완전하고 인간적인’ 책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16세기 독자들의 ‘손으로 직접 쓴 책’에 대한 깊은 애정은 끝내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지 못했다. 손으로 쓴 책은 인류사에서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근래에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를 출간한 디지털 전문가 제이슨 머코스키는 “지금부터 한 세대 후 평범한 가정에 종이책이 몇 권이나 있을까. 아마 장식용 외에는 한 권도 없을지 모른다”라며 충격적인 예견을 했다. 세계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전자책 단말기 ‘킨들’ 개발에 참여했던 저자는 “아쉽지만 종이책의 죽음을 알리는 종은 이미 울렸다”고 단언했다.

이미 글로벌 도서 시장에서 전자책의 비중은 약 13%에 도달했다. 미국의 경우 2017년이 되면 종이책 시장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책 단말기 가격은 갈수록 내려가고, 구글은 전 세계의 모든 책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자책이 전통적인 법전과 성경까지 대체하고 있다. 전자책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종이책 시장이 쇠퇴하면서 오는 2017년에는 전자책 시장이 종이책 시장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소방관, 외교 대사 등이 전자책에 손을 얹고 선서하는 모습이 늘고 있다고 보도하며 곧 대통령도 전자책으로 취임 선서하는 날이 올 것이라 예측했다.

이런 보도를 접하면 ‘과연 미래에도 종이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언제부턴가 전철 안에서는 종이책을 보는 사람들의 모습이 뜸해졌다.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의 미래를 어둡게 내다보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2016년까지 종이책 시장은 매년 2.3%씩 줄어들지만 전자책 시장은 매년 30.3%씩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열풍의 영향으로 국내 전자책 시장은 이제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에 돌입했다는 평도 나돌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앞으로 종이책은 영영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감출 수가 없다.

책이라면 당연히 종이로 만든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린 전자책. 그 변화의 큰 물결을 우리는 예전에 미처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자책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종이책이 사라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자책과 종이책을 둘러싼 논쟁은 이제 시작되었고 앞으로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정리될 것이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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