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檢警) 다툼에 국민 등 터져서야
검경(檢警) 다툼에 국민 등 터져서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28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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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묵은 검경갈등이 세월호 사건에 이어 유병언 부자 관련자 체포과정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이것이 정점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검찰과 경찰은 군대와 함께 국가 공권력의 상징이자 민주주의 법치국가의 기본 줄기이다. 힘없는 국민들이야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 하지만 그래도 위기가 닥치면 군대와 경찰, 검찰을 믿고 의지한다. 그래서 나날의 사건 사고에서 드러나는 검경 다툼과 엇박자는 당면하는 현실적 문제다.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고 특정사건에 국한된 것도 아니다. 유병언 부자 관련자 수사과정에서 검경의 불협화음이 한 번 더 백일하에 드러났을 뿐이다.

겉으로는 찰떡공조 운운했지만 나타난 결과를 보면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세월호 침몰사건이 발생하자 검경은 공(功)세우고 조직위상을 높일 호재로 보고 덤비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허둥대고 불협하며 엇박자를 쳤다. 세월호 사건의 핵심 책임자로 유병언을 지목하고 체포작전에 돌입한 검찰은 특별 수사팀까지 꾸려가며 전력을 쏟아 부었다.

하지만 지난 5월 25일 전남 순천 부근 국도변 송치재 별장을 급습했어도 흔적만 챙겼을 뿐 정작 유병언은 잡질 못했다. 인근의 지리와 도주로 등 정보에 밝은 현지경찰의 도움 없이 성급하게 단독 드리블을 하다 헛수고만 했다.

얼마나 허술한 검색 체포 작전이었기에 그 별장 비밀 벽장 속에 숨어 있던 유병언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그로부터 약 2주 후 문제의 별장에서 불과 2.3㎞ 남짓 떨어진 곳에서 백발의 변사체가 발견 되었지만 유병언의 시신인줄 몰랐다. 40일이나 지난 7월 22일에야 유병언의 사체로 발표되었다.

경찰은 초동단계에서 아예 단순 변사자로 처리했고 검찰 또한 변사자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고급이태리제 점퍼 차림의 변사체가 그 난리를 친 별장 인근에서 발견 되었는데도 40일간 그대로 방치된 사실은 수색견도 비웃을 일이다.

더욱 코미디 같은 꼴은 지난 25일 장남 유대균을 체포하는 과정이다. 검찰이 자수하면 선처할 것이라고 애원조의 기자 간담회를 하는 동안 경찰은 유대균이 은신 중인 오피스텔을 덮쳤다.

한 마디로 법에 명시된 수사상의 지휘체계나 공익을 위하여 국가기관이 상호 공조해야 할 의무 따위는 개가 물어간 헌 신짝인 꼴이다. 검경 엇박자에 죽어나는 것은 연인원 수 만 명의 애꿎은 경찰병력과 끌려 다니는 수색견이다.

그리고 깨지는 것은 막대한 국민 세금이다. 검경다툼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검찰 성상납사건, 서울시의원 강서 유력재벌가 청부살인사건 등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검경 다툼이었다.

문제의 뿌리는 검경의 수사권 다툼에 있다. 밥그릇 싸움이다. MB정권 말에는 검찰의 독점적인 수사권을 조정하려는 움직임에 검찰 고위직들이 집단으로 반발했다. 그 바람에 일이 흐지부지 끝났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는 점차 비대해지고 조직화되는 경찰대학 출신의 힘을 조정하려는 검경다툼이 엿보인다. 지금 당장 현실이 이러함에도 대통령은 묵묵부답이고, 청와대는 건 수 마다 개입해야 하느냐며 볼멘소리를 낸다. 여야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비난만 할 뿐 ‘그때 그때 달라요’이다.

검찰출신 총리가 이러한 갈등과 폐해를 모르지 않을 터인데 개혁의 칼은 어디에 쓰려고 갑 속에 두고 있는지…. 검경이 중한들 국민을 위한 이파리며 잔가지에 불과하다. 새우싸움에 국민 등이 터질 수야 없지 않은가. 뿌리 대책을 내야 한다.

<박기태 서울외국어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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