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품격, 나무와 숲
도시의 품격, 나무와 숲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16 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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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전 외국에 나갈 때마다 부럽고 심통 나는 일이 많았는데 그 중 하나가 나무요, 숲이었다. 외국 도심 한가운데에 또는 길가에 심겨져 있는 아름드리 나무나 숲이 눈길을 사로잡곤 했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화된 나라들은 고아한 모습의 역사적인 유적과 더불어 도심을 푸르게 수놓은 나무와 숲들을 조성해 놓고 있다. 그로 인해 도시의 품격이 살아나 그 도시를 사랑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도시는 품격을 지녀야 한다.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나 유산도 중요하지만 나무나 숲이 없고 인공적인 건물들만 있다면 참으로 황량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도시가 거대화되면서 기능 위주의 건물과 도로, 시설로 뒤덮이고, 나무와 숲이 점자 사라지게 되는 것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재앙과도 같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숲은 그 자체로 문화이고 문화를 담아내는 토양이 된다. 인공적인 건물들은 1~2년 내에 뚝딱 지어낼 수 있으나, 나무는 그렇지 않다. 어른 나무가 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돈으로 단시일에 해결할 수 없는 것이 나무요, 숲인 것이다.

숲은 그 자체가 치유제이다. 요즘 키워드 중의 하나가 ‘힐링’이다. 힐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숲이다. 그래서 요즘 TV에 자연인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차고 넘치나 보다. 이런저런 사유로 몸과 맘이 망가진 상태에서 자연 속에서 살다보니 치유되고 자유로움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한자리에 서서 수십년, 수백년 기쁨과 슬픔을 가슴에 안고 버티며 터져버린 나뭇등걸… 그래서 나무는 누구나 안아주고, 상처를 싸매주고, 치유해 주는 능력이 있나 보다.

영국의 어느 대학 연구팀이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지에 밝힌 연구결과에 의하면 녹색 공간은 사람의 생애주기에 따라 장기적으로 정신 건강에 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 녹지 공간이 있는 도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우울증과 불안증을 덜 느끼고 안정감을 더 느껴 장기적으로 더 큰 이로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심리적인 면에서 녹색이 주는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한다. 녹색은 파장이 짧아 자극이 적은 색이다. 그래서 숲을 바라보고 있으면 맥박이 느려지고 안정감을 찾게 된다. 이런 녹색효과로 인해 스트레스가 줄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칠판이 녹색이고, 의사들의 수술복이 녹색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울산은 1962년 울산공업센터로 지정·공포된 이후로 50여년, 그 동안 세계적으로도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고도성장을 해 온 울산이지만 그 이면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같이 공존해 왔다. 대표적으로 ‘공해도시’의 대명사로 불리어지는 불명예도 함께 지고 달려왔다. 경제적인 풍요는 있으나, 그에 반하여 우리의 삶은 팍팍해 삭막함을 달랠 수 없었다. 그에 따라 범죄율도 상승하여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 되곤 했다.

그러나 그간의 꾸준한 녹지보전 정책에 힘입어 요즘은 도심 어느 곳이나 푸르른 나무와 숲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입이 벌어질 정도의 아름드리나무는 아니지만 이제는 제법 연륜이 느껴지는 가로수와 터널을 이룰 정도로 잘 자라고 있는 싱싱한 나무들이 울산도 이제는 환경도시로 거듭나고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울산은 이제 나무와 숲으로 뒤덮인 친환경 에코 도시이다. 우리의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주고 치유해 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제 우리 마음을 둘러싸고 있는 딱딱한 겉껍질을 벗겨내고 숲에 안겨보자! 숲이 주는 그 아우라 속으로 들어가자! 그래서 행복한 시민이 넘쳐나는 울산, 그것이 울산의 자연스런 모습이기를 기대한다.

<박서운 울산과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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