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외침이었나
누굴 위한 외침이었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03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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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라는 직업을 갖게 된지 겨우 반년이 지났던 지난해 울산은 절실했다. 아동학대 도시라는 불명예 속에서 ‘이젠 바꿀 수 있다’는 작은 희망을 피우던 때였다.

지난해 11월 울주군의 한 동네 앞에서 ‘서명운동’이 열렸다. 책상과 서명지, 급조된 듯한 홍보물 앞에는 불과 며칠 전 현장검증 때 만났던 동네 주민들이 있었다. 사람들의 서명을 받고 탄원서를 쓰고 있다는 이들의 말은 순수 그 자체였다.

“이렇게 하면 정말 되는 건가요?”

당연하다는 말에 정말이냐며 “그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웃어 보였던 이들이었다.

끔찍하게 학대당한 아이가 ‘남 일 같지 않다’는 그 마음은 우리 아이를 더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하겠다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그 마음이 모인 게 인터넷 카페 ‘하늘로 소풍간 아이를 위한 모임’이었다. 숨진 아이의 49제 추모제를 기점으로 바람은 거짓말처럼 전국적인 규모로 번졌다.

전국 최초로 민간진상조사위원회까지 꾸려졌고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시스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

아동복지 전문가도 “동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덕분에 사회적 분위기를 더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추켜세웠다. 사회는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산 중턱에 올라 허리 한번 펴볼까 했을 때 ‘하늘소’가 시끄러워졌다. 매일 인터넷 카페를 들여다 볼 수 없는 입장이어서 그 상황을 이해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내부는 분열됐고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극으로 치달았던 대립은 결국 인터넷 세상에서 현실로 나왔다. 한때 함께 했던 이들은 “왜 고마워하지 않느냐”, “배은망덕하다”고 손가락질 하고 서로에게 언성을 높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초심’이다. 국회에서 잠자던 아동학대 특례법이 통과됐고 오는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우리 사회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내 아이는 좋은 사회에서 키우고 싶다”는 그 주민들이 그립다

<주성미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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