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포 세대
삼포 세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7.0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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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30살이 되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로는 아들은 지금까지 모태 솔로이다. 왜 연애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아들은 “저는 삼포 세대예요”라고 한다.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매스컴에서는 인구통계가 발표될 때마다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특집 기사들을 다룬다. 정부도 10년 전인 2005년도에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여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내고는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출산율 전망은 합계출산율 1.17명으로 작년의 1.19명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를 뜻한다. 이 수치가 최소한 2.1은 되어야만 인구가 정체되고, 그 이하이면 결국 인구가 줄어들게 된다.

우리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상징하듯 인구억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그 당시에는 굶지 않는 것이 급선무였다. 인구가 증가한다는 것은 그 만큼 먹여살려야하는 입이 많아진다는 의미였다. 1960년대 당시 한 가정 평균 자녀수는 6.7명이었으니 더 이상 자녀를 낳는다는 것은 가난의 대물림이라는 결과 이외에 또 무엇이 남겠는가?

하지만 지금의 경제는 그때와는 조금 다르게 작동된다. 소비 수준이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선 지금은 대량생산된 기호성 상품을 대량소비할 수 있는 구매력이 함께 성장되어야만 한다. 경제호황기에는 동반성장이 가능했다. 하지만 사용가치가 아닌, 거품이 잠재되어 있는 교환가치가 더 중요하게 된 현재의 소비시장에서는 언젠가는 그 거품이 꺼지는 때가 올 수밖에 없다. 거품이 꺼지면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사람들은 저소득층이다. 다시 경제호황이 오기까지 버틸 수 있는 경제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 생생한 체험을 우리는 IMF를 거치면서 뼈저리게 했었다. 일본은 벌써 20여년을 잃어버린 세월이라고 할 정도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비슷한 경과를 밟고 있는 우리나라 경제도 그리되지 말란 법이 없다. 어쩌면 지금이 그 시작인지도 모른다. IMF 때의 악몽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는 국민들은 언제 그런 상황이 닥칠지 몰라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고용 증가 없는 경제성장에 젊은 청춘은 좌절하고 있다. 불안한 이 시기를 살얼음판을 걷듯이 살고 있는 스스로도 측은한데 이 생존경쟁의 밀림 속에 자식을 낳고 싶은 생각이 들까? 유럽발 경제위기 때문에 대폭 깍인 초봉에,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게 오르는 월급을 받아들고 선택할 수 있는 결론이 삼포세대가 되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혹독한 가난을 경험해보지 못한 지금의 세대는 궁핍에 익숙하지 않다. 스스로 노력해서 이를 극복하기보다는 부모의 도움에 기대려고 하거나 한탕주의에 흐르거나 사회와의 관계 형성을 최소화하고 혼자만의 가상세계에 빠져 사는 은둔자가 되기가 쉽다. 그들에게 출산지원비 몇 십 만원, 보육비 지원 얼마 등이 결혼과 출산에 동기부여가 되기는 어렵다. 불확실성이 최소화되어가는 사회, 이웃이 나의 잠재적인 적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사촌이 되는 사회, 질병과 빈곤의 위협으로 벼랑 끝에 서 있는 노년이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삶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복지국가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만 삼포세대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출산장려정책의 방향은 근시안적인 물질적인 지원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제도적, 문화적 사회환경의 개선으로 나가야할 것으로 생각한다.

아직도 나만 옳다는 식의 물어뜯기 싸움만 계속하고 있는 정치인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민초들은 답답할 따름이다.

<최순호 울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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