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2. 칼 앞에 맹세(1)
13회-2. 칼 앞에 맹세(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1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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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조정은 분노했다. 특히 법흥왕은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왕은 탁순국(창원가야)과 아라국(함안가야)에서 그들이 보낸 종자를 추방한 것을 문제 삼으며 가라(대가야)와의 혼인동맹을 파기하고 이뇌왕의 왕비인 양화공주를 서라벌로 데려오라고 했다.

왕의 명을 받은 서라벌의 사자들이 가라에 도착한 것은 저녁 무렵이었다. 왕궁 뒤로 병풍처럼 둘러싼 주산(主山) 봉우리가 지는 햇빛을 받아 더 선명하게 들어나는 때쯤 사자들은 낙동강을 건너서 곧장 궁성으로 들어섰다. 서라벌에서 가라(고령)까지 하루 반 만에 달려온 사자들은 사나온 표정으로 왕 앞으로 나아갔다.

“가라국 전하는 어찌하여 왕비를 시중들도록 하기 위해 보낸 우리의 종자들을 잘 보살펴 주지 못하고 소홀히 취급하여 그들이 다시 서라벌으로 쫓겨나게 하였소? 이는 필시 가라국왕이 대신라 대왕 전하께 불충한 마음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소.”

사자의 태도가 불경했다. 사자는 마치 왕을 심문하는 듯한 어조로 말을 쏟았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뇌 왕은 아직 상황을 짐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하가 그렇게 시치미를 땐다고 그 과오가 없어질 것 같소? 대신라 대왕 전하에 대한 가라국 전하의 불경한 마음이 다 들어난 마당에 동맹이란 게 무슨 소용이 있겠소. 가라와의 동맹은 파기한다는 것이 전하의 전갈이오. 그리고 당장 왕비마마를 신라로 모셔오라고 하셨소.”

서라벌의 사자가 이뇌 왕은 쏘아보며 말했다.

“당치 않는 말이오. 동맹을 파기하고 비를 데려가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아무리 전하의 분부라 한들 이미 혼인하여 이 나라의 왕비가 된 사람을 데려간다는 것은 도리가 아니오. 그것은 나라와 나라 간의 도리도 아니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도리도 아니오. 과인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져 이런 사태가 있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왕비를 데려간다는 것은 안 되오.”

이뇌 왕도 이제 목소리가 커졌다.

“대신라국 전하의 전갈을 거역하겠단 말이오? 그 불충함의 대가를 어떻게 감당하겠단 말이오?”

사자의 목소리도 점점 더 높아졌다.

“날이 밝으면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주시기 바라오. 전하가 왕비마마를 보내시려 하지 않더라도 왕비마마께서 스스로 서라벌로 돌아가려 할 것이오.”

사자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러지 않을 것이오. 비(妃)가 돌아가려 할 리가 없소. 돌아가서 전하께 아뢰어 주시오. 과인은 결코 신라와 전하께 불경한 마음을 가진 적이 없다는 것을 전해 주시오. 그리고 비도 신라에 돌아가려는 생각이 없다는 것을 전해 주기 바라오.”

왕은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왕의 말에는 서라벌 사자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심사가 그대로 배어났다.

“아무튼 날이 밝으면 비를 모시고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시오.”

사자는 통보하듯 말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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