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지된 사랑(11)
1. 금지된 사랑(11)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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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국(함안가야)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아라국의 사자 금사마(今獅馬)였다.

아라국은 김수로 왕이 구가야를 세웠던 것과 같은 시기에 나라를 세웠다. 전기 가12국 중에서 구가야(금관가야, 김해가야)와 맞먹을 정도의 국력을 갖추었고 후기가야에 와서도 가라국(대가야, 고령가야)을 능가할 정도의 영토와 군사력을 가진 나라였다.

일찍이 포상팔국(浦上八國)의 중심이 되어 구가야와 전쟁(서기 300년)을 일으켜 6,000여명을 포로로 잡아왔고, 고국려 광개토왕의 남정 (400년)에서도 영토를 지켜낼 정도로 막강한 세력을 갖추고 있었다.

낙동강과 남강을 끼고 말산(末山)을 중심으로 넓은 영토와 많은 백성을 가지고 백제와 신라, 그리고 일본과 관계를 맺고 있었다. 특히 일본과의 교역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였다.

국력이 막강한 만큼 왕도 패기가 넘쳤다. 아라의 왕은 가야 여러 나라와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군사행동도 주저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아라국의 사자 금사마는 정전에 들러 진패주 왕을 배알했다. 그리고 자신이 가져온 전갈을 사뢰었다.

“서라벌에서 보낸 종자들은 가야 여러 나라에 파고든 훈련된 첩자들이란 것이 밝혀졌사옵니다. 아국의 전하께서는 친히 이 사실을 다라국(합천가야)의 전하께 전하라 하셨사옵니다.”

이렇게 말문을 연 금사등이 고개를 들어 왕을 쳐다보았다. 진패주 왕의 늙은 얼굴엔 놀라운 기색이 그대로 들어났다.

“신라에서 온 종자들이 언제부턴가 일제히 신라의 관복을 입고 궁중에 나돌아 다니자 전하께서 진노하시어 그들을 국문하시었사옵니다. 그리고는 그들이 첩자란 사실을 밝혀내고는 병졸들을 시켜 멀리 나라 밖으로 내쫓았사옵니다.”

그 관복은 법흥왕이 왕위에 오르고 나서 신라의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서 제정하여

대소 신료들에게 입게 한 바로 그 관복이었다. 그런데 이뇌왕과 혼인하여 가라(대가야)로 가는 양화공주에게 딸려 보낸 100여명의 남녀 종자들에게도 신라의 그 관복을 입게 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실은 여러 연맹국에도 전달되어 탁순국(창원가야)에선 아리사등(阿利斯等) 국왕이 분노하여 서라벌의 첩자들을 멀리 내쫓았다고 하옵니다.”

금사등의 말이 전정을 울렸다. 진패주 왕은 이웃나라 사신이 전하는 그 말에 몸이 흔들리는 기분을 느꼈다.

신라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아라국 왕이었다. 가라(대가야)의 이뇌왕이 신라 법흥왕과 혼인동맹을 과시하기 위해서, 신라에서 보내온 종자를 연맹국의 여러 나라에 두루 나누어 보낼 때부터 아라국왕은 그들에 대해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종자들이 신라의 관복을 착용하는가 하면 서라벌로부터 은밀하게 지시를 받고 있는 훈련된 관리들이란 것이 밝혀지자 왕은 분노해서 그들을 내쫓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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