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주도 마음도 ‘품앗이’
손재주도 마음도 ‘품앗이’
  • 주성미 기자
  • 승인 2014.06.1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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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째 집수리 봉사 150여 가구에 도움손길

“제가 할 줄 아는 것들을 이웃들에게 조금씩 나누는 것 뿐입니다.”

16년째 어려운 이웃의 집안 곳곳에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는 울산시 동구 주남식(49·사진)씨의 말이다.

간판업에 종사하며 남다른 손재주를 자랑하는 주씨는 ‘품앗이 이웃사랑 봉사회’에 몸을 담고 있다.

오랫동안 동구 대송동에 살았던 주씨가 ‘품앗이 이웃사랑 봉사회’를 만든 것은 1999년이었다.

당시 동네 환경미화원들은 일대 정화 활동을 하면서 모은 고철을 팔아 어르신 식사대접을 했었다고 한다. 그들과 형님동생하며 지내던 주씨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다.

주남식씨는 “당시 환경미화원 형님들은 어디에 어르신이 혼자 살고 계신지,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동네 곳곳의 사정을 다 알고 있었다”며 “이왕 이웃들을 돕는 데 재주 좀 부려보자고 시작했다”고 말했다.

10여년이 지나면서 ‘품앗이 이웃사랑 봉사회’의 환경미화원 형님들은 이제 2명 정도 남아있다고 했다.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간 세월의 흔적이라고 했다.

그의 손을 거친 집은 1년에 10여가구에 이른다. 지금껏 150여가구가 훨씬 넘지만 주씨의 기억 속에는 참 많은 집들이 남아 있었다.

그는 “동구 주전에 사는 어르신 한 분이 있었는데 마을 청년회관으로 쓰던 건물을 어르신 방으로 꾸며준 적이 있었다. 사무실로 쓰던 건물을 방으로 바꾸고 뒷마당에 욕실까지 근사하게 만드는 데 반나절 정도 걸렸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도배지와 온갖 자재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사무실 한 구석에 자리잡은 가스보일러가 눈에 띄었다.

주씨는 “지인이 가스보일러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줬는데 고물로 팔면 단돈 2만원 밖에 하지 않는다”며 “필요한 사람에게는 제 값을 다 하지 않겠느냐”며 웃었다.

주씨 덕분인지 주변에는 재능기부를 하는 이들이 많다.

주남식씨는 “어느 집 부서진 문에 나무를 덧대고 페인트칠을 하는 게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것들이고 그게 진짜 이웃 사랑이라고 생각한다”며 “집수리 봉사가 번쩍거리는 새 문을 달아주는 것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덧붙였다. 주성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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