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지된 사랑(7)
1. 금지된 사랑(7)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09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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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에서 화랑이란 이름으로 단련한 너의 그 몸으로 내궁 한 나라의 태자비를 유혹하고 젊은 그 피로는 뜨거워진 여자의 몸을 욕정의 불속에 몰아넣었단 말인가? 다시 한번 묻겠다. 그것이 네놈의 나라 기강이냐? 네놈의 나라 종들은 너희 왕실의 태자비도 범하느냐? 어서 말해보라.”

하한기 필모구라는 채찍으로 바닥을 치며 말했다. 그리고는 휘몰아치듯 말을 이었다.

“아니라고? 무엇이 아니란 말이냐, 이 천하에 불순하고 망측한 놈! 네놈의 몸에 피가 달아서 주체하지 못하였느냐? 아니면 서라벌에서 네놈에게 그렇게 하라고 시키기라도 했단 말이냐? 그래, 어떻던가? 태자비의 몸이 뜨겁더냐? 그 뜨거움이 너를 놓아주지 않더냐? 어서 말하라! 여기 이 자리에 당사자인 태자도 네놈의 심문을 지켜보고 있지 않느냐. 저 증오에 찬 태자의 눈을 네놈이 피해 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어서 말하라. 말하는 것만이 속죄의 길이 될 것이다.”

필모구라의 말은 거칠었다. 마치 고비를 놓아버린 망아지처럼 막무가내였다. 종자에 대한 심문을 지켜보는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았다. 조정의 권력 서열 2위인 아사비 상수위(上首位)도, 무태산성의 성주도, 도열해 있는 수많은 군장들도 침통한 표정으로 과정을 지켜볼 뿐 입을 열지 않았다. 죄인들의 비명소리만 바람에 실려 날아갈 뿐 분위기는 무거웠다. 진수라니 태자도 입을 굳게 다문 채 말이 없었다.

종자에 대한 심문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하한기의 주장에 따라 추국 현장에 나왔지만 태자는 가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죄인을 치죄하는 권한이 국사를 책임 맡은 하한기에게 있었기 때문에 태자인 자신이 어떻게 관여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정부인인 비(妃)의 문제를 한 발 물러서서 지켜보는 심정은 더욱더 비참했다. 마치 자신이 죄를 지은 것 같은 자책과 절망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이러한 그의 마음을 필모구라 하한기는 더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의 말은 더 거칠고 거리낌이 없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진수라니 태자는 무거운 마음으로 지그시 눈을 감았다.

“네놈은 여자의 몸을 뜨거움에 주체할 수 없도록 만들어 놓고 무엇을 얻어갔느냐? 그것을 말하라. 이 나라의 군영과 산성, 그리고 요충의 위치와 거기에 이르는 길을 몰래 빼내갔느냐? 그래서 피에 굶주린 네놈의 나라 국왕 법흥에게 바쳤느냐? 아니면 가야 연맹국의 곳곳에다가 네놈의 나라를 동경하고 추종하는 자를 더 많이 만들어 놓았단 말이냐?”

필모구라는 채찍의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며 죄인을 노려보았다. “그 어느 것도 아니옵니다. 다만 더 많은 곳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화친을 가지려 했을 뿐입니다.”

거꾸로 매달린 종자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말엔 울음이 섞여 있었다. 그 소리가 마치 마음의 피가 섞여 나오는 소리 같았다.

“네놈이 말하는 화친이란 것이 한나라의 궁성을 농락하고 궁극에 가서는 나라를 농락하려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필모구라의 말이 밤공기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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