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교사의 편지
어느 평교사의 편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6.08 18: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복만 당선자님!

먼저 두 가지 일에 대해 축하 인사부터 드립니다. 교육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불미스러운 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해야만 했던 그간의 교육감들과 달리 법으로 보장된 임기를 끝까지 마무리하는 최초의 울산교육청 수장이 됐다는 점 축하드립니다. 동시에 우리 지역에서는 최초로 교육감 연임에 성공하셨으니 더불어 당선 축하도 함께 드립니다. 4년 뒤에는 당신을 지지했던 이들 뿐만 아니라 함께 경쟁했던 다른 교육감 후보들을 지지했던 모든 이들로 부터도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물러나실 수 있도록 멋진 교육감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해 봅니다.

교육감님! 평교사의 입장인 저로서는 각종 연수나 행사 때 인사말씀을 하시는 것과 텔레비전 뉴스시간에 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 외에는 교육감님을 접할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뵙지도 못하는 입장인지라 개인적인 견해를 말씀드릴 기회가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래서 이 자리를 빌려 평교사로서 교육감님께 부탁과 충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물론 60갑자(甲子)도 다 돌지 못한 짧은 인생 경력이지만 학교 현장의 경력은 22년이 넘었으니 잠시 귀를 기울여 주시고 눈 맞춤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교육감님의 4년의 임기동안 ‘기다림의 교육청’, ‘기다림을 지원해주는 교육지원청’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평가에 대한 형식이 바뀌고 격년제 실시에서 매년 실시하는 것으로 바껴 부담을 줄였다고 하지만 막상 학교 현장에서는 그 부담이 갈수록 쌓이고 있습니다. 때로는 시도교육청 평가와 관련된 교육청의 공문까지 받게 될 때는 수업과 학생지도가 우선이 아니라 성과와 실적을 최우선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됩니다. 선출직 교육감의 특성상 유권자의 요구와 기대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인생을 오래 살아오신 경험과 혜안으로 학생들과 교육을 위한 시선으로 ‘기다림’의 교육청을 구성해 주십시오. 교육청에 앉아 계신 분들이 성과를 요구하게 되면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이 사라지고 실적만 남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이 떠안게 됩니다. 실적 중심의 단기 교육정책이 아닌 기다림의 장기 교육정책을 울산교육계에 심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성과주의에 갇혀 일방적으로 지시하고 밀어붙인다고 학교현장이 변할 것이라 생각하신다면 큰 오산이 되실 겁니다. 물론 당장의 학교 운영에 변화는 있을지 모르나 가장 중요한 교실에서 아이들과 이루어지는 수업혁신은 그리 쉽지가 않게 될 것입니다. 학생과 선생님들을 먼저 생각해주는 교육정책들, 그리고 과정과 결과를 기다려주는 교육정책이 제대로 이루어질 때 울산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그야말로 ‘행복울산교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전국적으로 소위 ‘진보’라고 불리는 교육감이 대거 당선됐습니다. 교육계에서 진보니 보수니 따지는 것도 우스운 상황입니다만, 전국적인 흐름에 맞게 울산에서도 ‘혁신학교’를 추진해 주십시오. ‘대안’ 차원이 아니라 일반학교의 교육활동이 학부모와 학생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혁신학교’를 단 1개 학교라도 꼭 추진해 주실 것과, 진보교육감이니 보수교육감이니 하는 말이 없도록 좋은 교육정책들이 서로 자극과 배움이 될 수 있게 공유하는 정책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교육의 혁신은 교육감 개인의 소신으로만은 이뤄지지 않습니다. 바라건대 ‘단기간의 성과’에 대한 압박에 매몰되지 말고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면서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교의 문화를 읽고 반영하는 긴 호흡의 교육계 수반이 돼 긴 세월 기억에 남는 교육감으로 임기를 마무리 하시면 좋겠습니다. 교육감님의 건승과 함께 건강을 기원 드립니다.

<김용진 화암초 교사>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