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눈물은 여자가 잘 안다
여자의 눈물은 여자가 잘 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25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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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일이 많은 사람은 행복보다는 불행한 사람에 가까울 것이다. 개인적으로 울 일이 많은 사람도 정말 딱하지만, 공적으로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일은 그야말로 크나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뭔가 큰 부담을 안고 책임감에서 눈물을 흘릴 테니까 말이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이 사람의 일이라 했던가. 그러나 뻔히 예측할 수 있었던 참사였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는 뻔뻔한 사람들을 날마다 뉴스로 대해야하는 일은 정말 고역이었다. 엄청난 ‘세월호’ 사고는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끝 모를 분노와 우울감을 동시에 가져다줬다.

상식적으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일도 어안이 벙벙했지만, 그 일을 해결하는 사람들의 작태 또한 울화의 정도를 넘어서서 거의 졸도할 지경에 이르고 있지 않은가. 누구를 붙잡고 하소연 할 사람도 장소도 없이 그저 묵묵히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기막히기도 했다.

어느 누구 한 사람만의 잘못이 아닌, 각 분야에 걸친 이 총체적인 난국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되고 잘못된 것일까. 마치 거대한 공룡의 아가리에 거꾸로 처박혀 어디가 어딘지 몰라 눈먼 사람처럼 더듬으며 헤매고 있는 듯한 막막함. 믿고 있었던 곳에서마저 그것을 해결할 아무런 대안도 없음을 보아내는 일은 정말 맥 빠지는 일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우리가 얼마나 미약하고 후진적이며 빈껍데기로 살아왔는가를 확인했다.

약자는 죽고, 죽고, 또 죽는다. 무력해서 죽고, 기막혀 죽고, 할 말을 잃어 죽고, 죽는 것밖에 해결할 길이 없어서 죽고… 그렇게 참담하게들 죽어 나간다. 역사는 강자의 기록이라 누구도 진실을 파헤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런 약자들의 마음을 위정자들은 얼마나 알고 있는지 그것마저도 우리로서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그냥 그렇다면 그러려니 믿어온 게 대부분의 국민들이다.

며칠 전 이 나라 최고의 자리에 있는 분의 대국민 담화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분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았다. 내 뺨 위로도 덩달아 눈물이 흘러내렸다. 급기야 울 구실을 찾은 눈물은 돌파구를 찾은 듯 걷잡을 수 없이 흘러 내렸다.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어깨에 짊어진 짐이 너무도 무겁게 보였다. 한 사람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국정. 부디 진언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포진하기를 바라는 마음만이 간절해지는 순간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계산에 의해서 흘리는 눈물이라고 오히려 더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누군가를 향해 울분을 터뜨리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되지만, 진실로 우려되는 일은 진심조차 왜곡해서 보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로 믿으려 하고 그런 방향으로 끌고가려 한다. 그리고 희한한 이론으로 중무장을 한다. 또 여자의 눈물은 그 진실성을 여자가 가장 잘 안다.

진심이 안 통하는 세상은 더욱 겁난다. 내가 아무리 흰색이라 말해도 검은색이라고 우기는 사람 앞에서는 할 말을 잃고 만다. 부디 사람이 사람다운 생각을 하고 사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눈물의 진정성을 믿지 못하는 세상은 절망뿐인 세상이다. 절망으로 세상을 이끌어 갈 수는 없는 일이다. 우리가 대적해야 할 적들은 사방에서 호시탐탐 먹잇감을 노리고 있는데, 우린 언제까지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갈 것인가.

대통령의 눈물을 보면서 간절히 기도 한다. 누군가의 눈물을 닦아주고 등을 토닥거릴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 많은 세상, 부디 그런 살맛 나는 세상을 만들어달라고.

<전해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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