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되찾기
열정 되찾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1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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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여객선 침몰사고, 그 두 달 전에 발생한 마우나 리조트 지붕 붕괴 사고, 세월호 사건 직후에 많은 부상자를 낸 지하철 열차 추돌 사고 등 최근 몇 달 사이에 나라에서 일어난 대형 참사가 국민을 충격과 비탄에 빠트렸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안전 불감증’에 대한 비판과 회한으로 사람들의 어깨가 처지고 경제도 밑바닥을 향하며 선진국이라 자부하던 나라의 위신마저 땅에 떨어져 한 동안 사회가 공황 상태인 듯 했고, 우리 국민은 이제 ‘안전 불안증’의 나날을 보내게 됐다.

필자는 고등학교 교사로 30년을 웃돌게 고등학생들과 지내다 보니 특히 세월호 사고로 속절없이 사라진 학생들에 대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한동안 식음이 힘들고 불면의 밤이 지속됐으며 남은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린 듯하다. 단원고 선생님들에게 감정 이입이 됐는지 함께 웃고 웃으며 수업하던 제자들 한 학년 10학급 중 8학급이 졸지에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갔다는 생각으로 비통함을 떨치기 힘들었다.

그런 연유에선지 필자는 최근 뭔가를 해야 하는데 아무 것도 할 수가 없거나 아무 일에도 의욕이 안 생기는 때가 있어서 전에 없던 무기력감을 경험하는 중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의욕 상실 상태를 지속시킬 수는 없으니 하루 빨리 개인과 사회가 충격에서 탈피하고 상처가 회복될 방안을 강구해야만 할 것이고, 필자와 같이 무기력에 지배받거나 의욕이 사라진 사람들이 작은 열정이나마 다시 회복할 자구 노력이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우리 뇌에는 의욕을 북돋아주는 측좌 핵이라는 신경세포가 있다. 뇌의 이 부위는 평소에 활동이 활발하지 않아서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 정도 자극이 있으면 활동을 개시하고 진행과 함께 스스로 흥분을 시작한단다. 즉 아무런 의욕이 없을 때에도 일단 무슨 일을 시작부터 하고 보면 뇌가 관성의 법칙에 의해 저절로 활동을 진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어떤 심리학자는 ‘작업흥분’이라고 부른다. 작업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 뇌가 흥분해서 작업에 맞는 모드로 바뀐다는 것이다. 필자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욕이 없어서 무슨 일을 못한다고 하지만 뇌의 활동상 특징으로 본다면 안 해서 의욕이 없는 것이라는 말이니 무슨 일이든 일단 시작하고 볼 일이다.

그리고 의욕을 지속시키기 위한 방법으로는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할 때 느끼는 성취감을 이용할 수 있다. 목표에 대한 달성감은 A10신경이라는 쾌감과 관련된 신경을 자극해 도파민을 만들어 의욕을 지속시킨다. 그래서 성취감을 위해 목표를 작게 가지거나 목표를 작게 나누어 달성하는 것도 의욕을 회복시켜 사라진 열정에 불을 지피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어렵고 큰 목표나 작은 목표나 달성 후 얻는 쾌감의 크기는 비슷하기 때문에 작은 목표를 여러 번 달성하는 것이 쾌감을 지속 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뇌는 싫어하는 일도 의지나 결단이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행하게 하는 방어호르몬을 분비하는데 그 방어호르몬의 유효기간은 72시간이라 한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의 과학적인 근거인 셈이다. 일단 시작하면 사흘은 지속할 수 있다하니 그나마 고무적이다.

필자처럼 무기력과 의욕 상실로 힘겨운 이들에게 일단 무슨 일이든 행동으로 옮기자는 말을 전하고 싶다. 지친 심신이 무기력감을 극복하고 의욕을 가지며 열정을 회복하도록 뇌라도 속여서 도파민을 분비시켜보자는 말이다.

무슨 일에든 의지, 결단을 반복해 방어호르몬을 자주 분비시키고 사흘드리 반복하면 작심삼일이 삼십일, 삼백일로 연장될 것이니 충격에 넋을 놓아버린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렇게라도 하루 빨리 열정으로 영위하던 과거를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나경 약사고 교사·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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