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세 노익장 아직 현역입니다
92세 노익장 아직 현역입니다
  • 정인준 기자
  • 승인 2014.05.08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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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합니다-최고령 자원봉사자 이민철 옹
 

“봉사는 무료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댓가가 꼭 돌아온다. 봉사는 마음에서 우러나야 한다. 마지못해 하는 분위기나 형식에 치우쳐선 안된다.”

울산지역 최고령 자원봉사자 이민철(92·사진)옹(翁)의 주옥같은 말이다. 이 옹은 현재 중구노인복지회관에서 도서관지킴이로 활약하고 있다.

이 옹은 황혼기인 70세에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당시 살고 있던 무거삼호아파트에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수업을 챙기면서부터다. 이 옹은 1923년 평양에서 출생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현재 김일성종합대학의 전신인 남포공전을 나와 6·25사변 전까지 교편을 잡았다.

“처음 학생들의 방과후수업을 챙기다 보니 이 길이 내 길이었나 싶었다”고 이 옹은 말했다. 방과후 수업을 듣지 못하고 돌아오는 학생들을 모아 아파트 지하실 공부방에서 공부를 가르쳤다. 월남이후 건설사에서 기술직으로 잔뼈가 굵었던 이 옹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으로 ‘제2의 인생’을 찾았다. 이에 대해 이 옹은 “봉사의 값어치가 참 크더라”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이 옹은 무거·삼호자치센터에서 노인한글교실을 열었다. 한글을 배워 자신의 이름을 쓰고, 버스노선도 읽는 노인들을 보며 이 옹은 더욱 열정으로 봉사를 할 수 있었다. 이 옹은 문맹인 노인들의 한글깨우침을 위해 ‘한글맞춤범 및 음성학법’이란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손쉽게 한글을 배운 이후 고급과정으로 갈 수 있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울산시자원봉사센터에 따르면 이 옹은 다음달 봉사시간 3천시간을 돌파한다. 22년간 꾸준히 봉사활동을 한 값진 결실이다. 2011년말 남구 무거동에서 중구 병영으로 이사온 이 옹은 이듬해 2월 중구노인복지관 자원봉사자로 등록해 현재까지 도서관 지킴이로 봉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상북도에서 개최한 독도웅변대회에 출전해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노익장을 발휘했다. 이 옹은 ‘신비의 섬 독도’라는 책을 저술했고, 주변에서 십시일반 출판비를 모아 책을 발간했다. “역사에서 기억으로 남는 것은 왜곡되고 잊어버릴 수 있습니다. 후손들을 위해 이 책을 남겼으니 많이 발간돼 학생들에게 읽혔으면 합니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 옹은 “기력이 다하는 날까지 봉사활동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한다”며 “모든 사람들이 마음에서 우러나는 봉사활동으로 아름다운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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