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족
잊고 지냈던 소중한 가족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06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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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명예시민으로 지낸지 벌써 7년째이다. 그 동안 행복한 적도 많았지만 때로는 속상한 일들로 가슴 아플 때도 적지 않았다. 자식 문제가 그렇다. 늦둥이 아들이 사춘기로 접어들 무렵 울산으로 내려 왔기에 조금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 그 전까지는 곁에서 지켜보고 가르쳐 줄 수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아들과 10년 터울인 큰 딸 때부터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 전날 아무리 늦게 귀가하더라도 아침 식사는 반드시 아이와 함께하고 출근 시간과 아이의 등교 시간을 맞춰 함께 집을 나선다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주말에 회사 일이나 친구들과의 약속을 일절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말은 온전히 父子만의 시간이다. 아들이 아주 어려서는 신체적 놀이를 통해 친밀감을 쌓았고 초등학교 때는 축구, 농구, 탁구 등 대부분 운동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냈다.

물론 어릴 때 정서교육도 중요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시절이야말로 가장 집중해야 할 시기다. 대부분 그때 사춘기가 찾아온다. 인격과 가치관이 형성되는 중학교 시절에 어떤 정서를 확립하느냐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 그래서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한 이후 적극적으로 청소년 교육에 참여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아버지회를 만들어 활동했다. 기본 취지는 내 아이가 아닌 우리 아이들을 위해 든든한 바깥 울타리를 만들어 주는 거다. 아버지회장을 맡아 아이들과의 진정한 소통을 위해 노력했다. 처음엔 뭘 하자고 하면 아버지들은 늘 핑계를 댄다. 바빠서 시간이 없다는 거다. 그런데 자식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어디에 있을까. 아이들 문제는,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는 그 시기를 놓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실 대한민국 아버지들은 힘들고 고달프다. 그래서 주로 금요일 저녁이나 토요일을 활용해 여러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토요일 ‘둘레길 탐방’을 통해 아빠와 아이는 함께 학교 둘레길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이웃과 인사도 나누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게 됐다. 또 금요일 저녁 학교 도서관에 모여 읽고 싶은 책을 다음 날 늦게까지 밤을 새우며 ‘독서의 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엔 “아빠가 학교엔 왜 왔느냐”며 쑥스러워하던 아들도 시간이 흐르면서 아빠가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이런 父子관계는 고등학생이 돼서도 불평없이 거의 매주 봉사활동을 가는 밑바탕이 됐다. 지금은 2번의 해외봉사를 포함해 봉사활동시간이 무려 900시간을 넘었다.

건강한 대화가 건강한 정서를 만든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와의 대화가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 방법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앉혀 놓고 일방적으로 대화하는 방식은 안 된다. 그러면 십중팔구 아이는 잔소리나 훈계로 인식하게 된다. 아이가 부모와의 대화를 즐거운 생활로 인식할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건강한 대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와 대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관심사로 시작해 공통 관심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아이가 좋아하는 취미나 최근 관심사를 파악해서 대화를 시작한 후 공통 관심사로 이야기를 확장해 공감대를 형성하면 좋다.

이제는 봉사 가는 것이 학교 가는 것과 비슷하다는 아들이 대견하다. 그 동안의 ‘나눔과 배려’ 정신을 모아 윤리적 소비를 동반한 사회적 기업을 꿈꾸는 아들이 기특하다. 사회복지 마케팅에 관심을 갖는 마음이 고맙다. 이제 부모가 할 일은 아이가 정말 행복해 하는 일을 하도록 천천히 기다려 주는 것이다. “아들아! 사랑한다.”

<이동구 한국화학연 책임연구원·열린교육학부모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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