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다시는
이 땅에서 다시는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5.01 22: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슬픔 없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다시는/ 이런 아픔 없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다시는/ 피눈물보다 뜨거운/ 이런 슬픔 없어야 한다/ 상처보다 깊은/ 이런 아픔 없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다시는/ 기적 하나 얻지 못한 기도로/ 속울음을 삼키는/ 이런 비극 없어야 한다// 우리가 사는 이 땅에서/ 두번 다시는/ 작별 인사 없이 떠나가야 하는/ 싸늘한 이별 없어야 한다’(자작시 ‘이 땅에서 다시는 - 세월호 참사에 부쳐’)

‘세월호 참사’로 유명(幽明)을 달리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가눌 수 없는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을 생각하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연일 보도되는 가슴 아픈 소식에 희생자 가족은 물론 온 국민이 한숨과 눈물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단 한명의 목숨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끝까지 배에 남았어야 할 세월호 선장의 ‘탈출 1호’ 기록 앞에, 끓어오른 분노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다. 불쑥 울화가 치밀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 또한 어른(?)이라 자부하며 살아왔기에 한편으로는 이 시대의 청소년들에게 한없이 부끄럽기만 하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어린 학생들과 제대로 눈을 마주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른답지 않은 어른들이 안겨준 커다란 실망감 때문에 분노하는 그들에게 대체 어떤 말로 위로해줘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반드시 지켜야 할 매뉴얼이 상실된 ‘대한민국호’의 부끄러운 한 단면을, 세월호 참사가 고스란히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모두가 냉철히 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국가 최고 지도자부터 일반 국민들까지, 이번 사고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참에 우리의 끈질긴 고질병인 ‘안전 불감증’에 대한 대수술을 단행해야 한다. 그래서 두번 다시는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인재(人災)가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나라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이번 참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사고 충격에 따른 트라우마에 날마다 시달리는 생존자들을 위한 배려에 우리 모두 소홀함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멍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신적 고통에 맞서 고독한 싸움에 시달리는 그들에게 우리들이 보내는 따뜻한 위로의 마음은,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사법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면 직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한 처벌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만에 하나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원성(怨聲)이 고개를 들기라도 하는 날이면 대한민국의 앞날에서 더이상 희망의 빛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늘의 잘못을 깨끗이 뉘우치고 그 대가를 떳떳이 치르는 모습을 볼 수 없다면 또 다른 참사가 닥치지 않는다고 그 누가 보장하겠는가.

이번 세월호 참사 소식을 접하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가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살신성인(殺身成仁)’이다. 이번 사고에서 보여 준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비겁한 행동과는 너무나 대조됐던 지난날 살신성인의 주인공들을 필자는 너무 생생히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자신의 목숨을 뒤로 하고 각종 사고 현장에서 타인의 생명을 구해낸 그 아름다운 주인공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지금도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왜 구명조끼를 입지 않느냐”고 걱정하자 “승무원들은 마지막까지 있어야 한다. 너희들 다 구하고 나도 따라가겠다”고 말한 뒤 학생들의 탈출을 돕다 목숨을 잃은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씨. 박씨는 다니던 대학을 휴학하고 ‘청해진 해운’에 입사해 근무하던 중 이 사고로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열렸지만 마음 한 편은 무겁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많은 천사들이 아름답게 살아 숨 쉬고 있기에 다시금 희망의 끈을 불끈 쥐어본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