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국민 관계회복과 안보에 솔선수범 할 것”
“국가-국민 관계회복과 안보에 솔선수범 할 것”
  • 정종식 기자
  • 승인 2014.04.29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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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호 팔각회 총재
 

“북한이 쏜 미사일 한 방이 울산 한 복판에 떨어졌다고 칩시다. 이번 세월호 침몰사건을 보면 그럴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할지 눈에 훤히 보입니다” 그는 세월호 사건과 같은 경우에 대비해 실제상황을 그대로 시물레이션해 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울산 자체의 통제체제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기존의 매뉴얼은 있으나 마나하다는 것이다. 그걸 믿었다간 유사시 우리가 세월호보다 더 큰 희생을 치를지 모른다는 염려에서다. 울산 팔각회 박민호(58·사진) 총재 이야기다.

“울산은 화약고나 마찬가지입니다. 꼭 적 포탄이 날아오지 않아도 우리는 항상 재난 가능성을 안고 살아갑니다. 노후화된 유화단지가 도심에 인접해 있어요. 또 울산을 중심으로 아래 위에 원전들이 들어서 있죠. 이런 상태에서 예상치 않았던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지휘체계가 뒤엉켜 엉망일 겁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똑똑히 보지 않았습니까” 안보단체 수장답게 그는 거듭 재난시스템 일원화를 주장했다. 또 선장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다. “타이타닉호도 무리하게 운항해 재난을 당했지만 사고수습과정은 우리와 판이합니다. 선장은 자신이 입었던 구명조끼를 승객에게 벗어주고 배와 운명을 함께 했습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은 승객을 버리고 탈출했습니다. 이게 영국과 우리가 다른 점입니다.”

박 총재는 세월호 사건 이후 벌어질 상황을 열거하면서 앞으로 청소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가장 고민이라고 했다. 팔각회는 학교단위로 국가안보 강연을 나간다. 안보에 대한 강연이다 보니 청소년들의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지금까진 국가관과 기성세대의 위엄을 앞세워 그들을 잘 이끌어 왔는데 이번 사건으로 기성세대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져 강연이 제대로 먹혀들지 걱정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 학생들이 기성세대를 무시할 겁니다. ‘배안에 그대로 있어’란 어른들의 말을 믿었다가 수백명의 어린 학생들이 목숨을 잃었으니 아이들이 ‘아버지 제대로 한 게 뭐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합니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총재는 가뜩이나 신세대들이 기성세대를 못 믿는데 이번 일이 기화가 돼 양 세대간 불신의 폭만 더 깊어지게 됐다고 걱정한다.

박 총재는 국가안보란 꼭 대북(對北)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식 개조, 부정부패 고리 끊기 등도 포함한다고 말한다.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재난시스템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 전투가 벌어졌을 때 무기나 군수품이 100% 정품이어야 하는 것도 국가안보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국민소득만 높다고 해서 강대국이 되는 게 아닙니다. 사회 모든 계층에 부정부패가 없어야 하며 정치인, 기업인 등 사회지도층이 말만 앞세우지 말고 솔선수범할 때 가능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사건 처리과정에서 정부부처들이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사실을 지적했다. 아직도 말만 앞세우며 권위적인 관료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책망하기도 했다. “해경, 해군 구조요원들은 물속에서 20여분 정도 밖에 머물지 못하는 반면 ‘머구리’라고 하는 민간 잠수부들은 직접 산소 줄을 연결한 채 물속에 들어가기 때문에 1시간 이상 물속에서 버틸 수 있다고 해요. 그런데 민간 잠수부들이 물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관계자들이 욕설을 퍼 부으며 배제했다는 겁니다.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아직도 위기상황 대처 능력이 한참 뒤진다는 지적과 함께 그는 관료들의 오만한 자세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박 총재는 앞으로 국민들이 사회단체나 국가기관을 믿지 않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했다. 때문에 차제에 각종 심포지움이나 강연을 통해 국민의식을 개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면 인간 위주의 삶을 추구하게 돼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그 단계에 와 있습니다. 고치지 않으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시기 입니다” 그런 의식개조에 팔각회가 앞장 설 것이라고 한다. 그 동안 군부대, 국가기관과 쌓아온 유대를 바탕으로 국민의식개조에 일조할 것이라고 했다. 어떻게 일조할거냐고 묻자 “팔각회 회원만이라도 자연·인적 재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확실히 알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이번 세월호 재난지휘부처럼 갈팡질팡하지 말고 안보단체답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죠”

박총재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팔각회에도 새 바람을 불어 넣겠다고 했다. 요즘 지역봉사단체들이 위축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팔각회는 우선 회원증가 사업부터 시작할 작정이란다. “각종 사회단체들도 새로 태어나야 합니다. 이번 계기를 제대로 활용하면 참된 봉사단체들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름만 있는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국민과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단체가 돼야합니다” 앞으로 팔각회는 국가로부터 보조받지 못하는 보훈가족을 대상으로 지원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보훈지청이 추천한 15명에겐 이미 생계비를 보조했다고 한다. 또 부상당하지 않은 참전용사들을 돕는데도 앞장 설 예정이다. “6·25에서 부상당하지 않은 참전 용사들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지 못하는데 대부분 80대 노인들입니다. 그러니 생계수단이 있을 리가 없죠. 게다가 자식들이 도와주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식 있는 노인들이 생활보호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했다.

팔각회는 올해 주요 사업으로 ‘북한 이탈주민 돕기’와 지역 군부대 ‘홀어머니 사병 돕기’도 전개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을 통해 팔각회는 이미 50여명에게 지원을 마친 상태다. 팔각회 회원회비로는 어림도 없어 박 총재가 사비(私費)로 대처하고 있다. 지원사업을 하다보면 지원금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팔각회는 이번 세월호 사건만은 아직 성금보내기를 미루고 있다. “일부라도 할까 했는데 슬픔에 차있는 유족들에게 성금을 내 놓는다는 게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미뤘습니다. 좀 더 시간이 지나 할 작정입니다. 대신 거리 곳곳에 추모 현수막부터 게재했습니다” 지난 24일 울산 사회공동모금회와 상의를 거쳐 팔각회도 현재 모금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우리나라의 조선수준에 대해 한마디 했다. 박 총재는 지난 1978년 현대조선 (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다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선박 수주로는 세계1위 일지 모르지만 여객선 조선기술은 아직 한참 뒤집니다. 이게 우리나라의 모든 걸 말해 줍니다” 폐선되다 시피 한 일본 배를 들여와 국내 최대 여객선인 세월호로 둔갑시킨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창피하다”고 했다. 글·사진= 정종식·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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