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에서의 부모 역할
가정에서의 부모 역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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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계획은 아침에 하고, 일 년 계획은 봄에 세우고, 인생 계획은 자식 농사로 시작 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자식농사가 가장 중요한 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20년 가까이 유치원교사를 거쳐 현재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요즘 어린이집으로 가는 아이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것이 못내 가슴 아프다.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사람이 아이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는 것을 걱정하다니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여기는 사람도 없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똑같은 부모의 입장이라 생각하면 절반쯤은 이해가 될지 모른다.

부모의 맞벌이, 사회성이 너무 부족한 자녀, 양육비 부담 등을 생각하면 어린이집에 위탁해 효과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게 하는 게 옳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요즘 일부 젊은 부모들이 자신의 몸매관리, 휴식, 취미 등 여가생활을 위해 모유도 떼지 않은 아이들을 어린이집으로 보낸다는 게 못내 씁쓸하다.

부모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많은 것을 기대한다. “어떤 아이로 자라길 바라 십니까”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부모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 똑똑한 아이, 자신감 있는 아이 등으로 대답한다. 하지만 사실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건강하게 잘 자라는 아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모유도 떼지 않고 목도 제대로 못 가누는 아이를 어린이집으로 보내 놓고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어린이집으로 떠넘기는 부모를 볼땐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볼비(Bowlby)의 애착행동 발달을 보면 아이들의 애착형성이 되는 시기는 대개 4세 이전이라고 한다. 애착의 전기는 태어나 3개월 이전이고, 6개월까지는 애착이 형성되고, 애착기는 6개월에서 3세까지라고 한다. 그리고 3세 이후는 상호관계형성기라고 한다.

부모와 애착이 잘 형성되면 불안기능이 조절될 뿐만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도 생긴다. 또 4세 이전에 애착경험을 통해 형성되는 개념은 성인이 된 이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태어난 뒤 처음 3~4년 동안 형성되는 애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대목이다.

애착은 타고난 생존 본능이다. 아이는 살아남기 위한 본능으로 엄마 옆에 있고 밥을 먹으며 엄마나 아빠의 스킨쉽을 받아 자신의 면역 체계를 강화시킨다. 아이가 배가 고프면 울고, 불안하면 칭얼거리는 건 모두 엄마의 따뜻한 위로를 받기 위함이다. 따라서 부모의 관심과 따뜻한 보살핌이 없으면 제대로 성장 할 수 없다. 부모와의 끊임없는 눈 맞춤, 웃음, 울음, 안아달라는 몸짓으로 그들은 삶에 대한 애착을 쌓아 간다.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란 이야기가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해야 할 일이 있고 가정에서 부모가 해야할 역할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안 돼’ 라고 말하기 보다 끊임없이 칭찬하고 안아주고 ‘사랑 한다’ 표현해주며 따뜻하게 보듬어 줘야하는 곳이 가정이다.

친구들과 잘 사귀고 선생님과의 소통이 원활한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로부터 긍정적인 말을 자주 듣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다.

그래서 나누고 배려하길 강요하기보다 부모 스스로 나누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다가오는 5월 가정의 달에는 부모들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최승희 가정 어린이집 수석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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