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부실 극복을 위해
총체적 부실 극복을 위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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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사고로 수많은 목숨들을 바다에 잃고 난 뒤 우리 사회는 요 며칠 동안 공황상태에 빠져든 듯하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머리가 멍한 가운데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잘못된 것인지는 몰라도 사고 첫날 첫 소식은 전원이 구조됐다는 낙관적인 소식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뒤 시간이 갈수록 사태가 심각해지더니 급기야는 무기력한 한숨만 내뱉는 상황이 돼 버렸다. 필자는 세월호 사고를 둘러싸고 드러나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을 보면서 우리가 이렇게도 어처구니없는 사회에 살고 있었던가 하는 자괴감에 몸을 떨었다. 이런 생각은 비단 필자 혼자만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6천t급 여객선 선장이 270만원 월급의 일 년 계약직이었다는 말을 들었을 땐 상식적으로 믿기지 않았다. 그뿐이랴, 100석 이상의 객실을 늘리기 위한 선박의 구조 변경이 현행법의 저촉을 별반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세월호의 화물 적재량이 통상 기준치의 두세 배가 됐지만 그 동안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도 하나같이 믿기지 않았다. 이번 사고는 결코 선장 한 사람의 도덕적 해이나 그 날 하루의 상황에서 야기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에서 기인한 것이다. 도대체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됐을까?

그동안 우리 사회가 모두의 안전한 삶을 위한 원칙보다는 성장을 위한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중시해 온 탓이다. 내일의 열매를 위한 오늘의 고통감수 요구가 언제나 정당화되고, 목적을 향해 달려오는 동안 과정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너그러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는 무능한 것보다 차라리 부패한 것이 낫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게 된 결과다.

이런 인식은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민원업무를 처리하는 데에 있어서 원칙에 집착하는 고루한 공무원보다 융통성있는 공무원이 더 유능해 보이고, 원칙에 입각한 답답한 법조인보다 그늘진 곳의 부조리한 관행에 밝은 법조인이 더 일을 유능하게 처리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작은 이익에 눈이 멀어 사람을 선택하는 순간 실은 그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시스템의 사회였다면 애당초 편법은 용인될 수 없었을 것이다. 편법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부분적으로 부패한 시스템의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는 편법이 유능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편법이 기생하는 사회는 매우 위험한 사회다. 편법은 기생하는 동안 점점 그 사회의 시스템 전체를 부패하게 만들어 결국에는 손을 쓸 수 없는 총체적 부실 상황으로 몰아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천민자본주의의 속성을 누가 나서서 바로잡을 수 있을까?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시스템도 하루아침에 개선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선택해 온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어리석은 탐욕이 아니었던가.

이제 우리는 진정으로 현명해져야 한다. 편법에 익숙한 유능한 사람이 아니라 무능한 원칙주의자들을 길러내야 한다.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바로 사회 시스템을 선택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깊이 인식해야 한다. 먼 앞날의 달콤한 약속을 걷어치우고 지금 당장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사람의 삶과 안전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영세한 민중들의 생업에 대해서는 너그러운 한편 거대 자본에게는 오히려 더 까다로운 규제들이 적용돼야 하는 이유를 우리는 최근 며칠 동안 잘 지켜봤다.

<서상호 효정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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