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적시는 부처님 말씀
가슴 적시는 부처님 말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8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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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비가 오고 있다. 곧 ‘부처님 오신 날’이 다가온다. 이번 대형 참사를 생각하면 5월 연휴 계획들은 접어두고, 고인들과 실종자를 위한 기도와 가족들을 위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게 나을 성 싶다.

행동이 생각보다 한참 늦은 필자는 오랜만에 궂은 마음을 위로하고자 서가에서 불교와 관련된 책을 찾아봤다. 석성우, 석지현 스님이 엮은 ‘가슴을 적시는 부처님 말씀 300가지’라는 책이 눈에 띄어 오랜만에 다시 펼쳐봤다.

책 내용 가운데 전에 읽으면서 표시한 부분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첫째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 깨나 늘 옆에 두고 살았다. 둘째는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였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돼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만치 그녀에 대한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었다.

셋째와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거워했다. 그러나 넷째에게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늘 하인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궂은일만을 도맡아 했지만 그녀는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언젠가 한번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될 기회가 생겨 첫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러나 첫째는 냉정하게 거절했다. 그는 충격을 받았다. 둘째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했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이었다. 그는 셋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셋째는 말했다.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순 있지만 같이 갈 순 없습니다.” 그는 넷째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넷째는 말했다.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나갔다. [잡아함경]

이 경의 말씀을 해설한 내용을 이 책에서 찾아 적어본다.

여기 ‘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한다. 그리고 첫째부인은 우리의 육체를 뜻한다. 우린 이 육체를 나 자신이라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죽음이 찾아오면 이 육체를 버리고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부인은 재물이다. 우리는 재물을 모으기 위해 별짓을 다한다. 그러나 그렇게 모은 재물도 죽을 땐 가져가지 못한다.

셋째부인은 일가, 친척, 친구들이다. 그들과 어울려 우린 신나게 살아가고 있다. 내가 죽게 되면 그들은 화장터까지 나를 따라와 준다. 그리고 돌아가서 얼마 후면 나를 잊어버릴 것이다. 넷째부인은 마음이다. 살아있는 동안 우린 마음에 대하여 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죽을 때 나를 따라오는 것은 오직 이 마음뿐이다. 그러므로 살아생전에 ‘마음 닦는 공부’를 게을리 하면 안 된다는 게 이 경전의 가르침이다.

저 영혼의 암흑 속을 헤매고 싫지 않거든 살아있는 지금 이 마음을 정화시켜야 한다. 이 세상에서 해야 할 첫번째 일은 재물의 축적도, 명예도, 권력도 아닌 바로 이 ‘마음 닦기’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온갖 시련과 역경 속에서도 이 ‘마음 닦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만이 임종의 시간이 오면 조용히 미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다.

임종의 시간을 경험하지 못한 필자로서는 감히 드릴 말씀이 없다. 동시에 성자의 말씀을 거역할 만용 또한 없다. 감히 실천을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싫을 뿐이다.

오늘은 하늘도 비를 내리고 있다. 봄을 맞아 활짝 핀 꽃들이 이번 비로 떨어지리라.

이미 꽃들이 많이 떨어졌는데….

<윤주은 울산과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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