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을 바로 지켜야
원칙을 바로 지켜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8 2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월호 침몰 사고는 ‘人災’의 전형이다. 이 사고로 미래 한국을 짊어지고 나갈지도 모를 젊은 ‘人材’들이 꽃도 채 피우지 못하고 희생됐다. 나라 망신도 이보다 더한 경우는 드물 것이다.

수백명의 고귀한 생명을 빼앗아간 세월호 사고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기본과 원칙이 무시되는 나라인지 속살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고도 할만하다. 한마디로 우리의 현실을 발가벗은 채로 전 세계에 보여준 꼴이 된 셈이다.

이참에 확 뜯어 고쳐야 한다. 대형 사고가 터질 때마다 우리는 ‘누가 잘했니, 못했느니’하고 책임 떠넘기기식의 수습에만 급급하다. 물론 우리나라도 세월호와 같은 대형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구조 활동의 매뉴얼과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문제는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구축했더라도 그 원칙대로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도 이런 원칙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현지시각으로 지난 25일 오후 7시께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 인근 해역을 지나던 스페인 여객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여기에는 승객 319명과 선원 15명이 탑승했다. 구조 당국과 승무원들의 완벽한 초기대응으로 단 1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발빠른 대응으로 수백명의 고귀한 생명을 지켜낸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스페인 여객선 사고를 보면서 너무나도 안타깝고 분통이 터진다.

차량 60대가 함께 실려 있었던 이 여객선에 불이 나자 승무원들은 우선 비상벨을 울려 화재 사실을 알렸다. 그뒤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며 갑판으로 대피하도록 지시했다.

긴급 구조 요청을 받은 스페인 해상 구조 당국도 헬기와 다른 여객선을 사고 해역에 곧바로 보냈다고 한다.

구조 당국의 지시에 따라 사고 여객선은 출항지로 뱃머리를 돌렸고 승객과 승무원 모두 구조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보여준 승무원과 구조당국의 행태와 대조되는 모습이다.

세월호 침몰 당시 최초 구조 동영상이 28일 공개됐다. 총 9분이 넘는 동영상 가운데 공개하기 어려운 장면을 뺀 3분가량의 동영상이다. 사고 현장에 처음으로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직원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은 선장의 탈출 과정과 구조 영상이 담겨있다.

이 영상에서 세월호 이준석 선장은 바지를 입지 않은 채 속옷 차림으로 배에서 나와 구조됐고, 선원들은 해경이 구명정을 펴기도 전에 해경 구명정에 올라탔다.

반면 스페인 해상 구조 당국은 화재 발생 직후 신속하게 구조 헬기와 선박을 보내 여객선을 안전하게 유도했다. 다른 여객선 한 척도 만일을 대비해 사고 여객선을 뒤따랐다. 스페인의 여객선 화재 사고는 선장과 선원들이 빠져나가기 급급했던 세월호 침몰 사고와는 상반된 모습이었다.

우리가 대형 참사를 막은 스페인 해상 구조 당국에 비해 모자랄게 뭐가 있겠는가. 대부분 국가들이 구축하고 있는 구조 매뉴얼과 시스템은 거의 비슷한 형태다. 다른 한 가지 차이점은 있다. 우리가 사소하게 여겼던 ‘기본과 원칙’을 다른 선진국에서는 더 중요시 한다는 것이다. 이 차이 하나가 엄청난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울산을 비롯해 나라 전체가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한 추모 물결로 가득하다.

대형 참사가 있을 때마다 ‘人災’라는 오명을 언제까지 달고 다닐 것인가. 정부 당국은 뼈저리게 느끼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에 골몰해야 한다. 정부가 ‘기본과 원칙’을 바로 세우는데 망설임없기를 간곡히 바란다.

<최인식 편집국 부국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