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 처리 중에, 그것도 외견상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총리가 사퇴를 발표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다.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사퇴할 시간은 수습 후에도 얼마든지 있다. 지금은 사고수습보다 더 급한 일은 없다. 사퇴가 불가피 했나, 시기가 적정했나를 생각하면 정말 무책임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더 이상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수 없다”는 사퇴의 변을 보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만두겠다는 것으로 현 상황에서 총리가 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인지 국민들은 납득하기 어렵다. 모 대학교수는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인명구조보다는 각하구조, 사태수습보다는 민심수습’이라는 글을 남겼다. 이 표현 말고는 총리의 갑작스런 결정의 배경을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정권의 인기관리와 지지도만 안중에 있고 국민의 안위와 사고수습 책임은 이렇게 내팽개치는 정부와 총리가 과연 정상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의 결정과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심의 현 ‘위기대응 시스템’은 현 정부 출범 후 만들어졌다. 세월호 사고 초기 야권 일각에서 이 같은 것을 근거로 대통령 사과를 요구하자 청와대는 사태가 진행 중이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고 또 시기상 맞지 않다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그랬던 청와대가 마치 총리의 사의를 기다렸다는 듯이 즉시 사표수리 결정을 발표해 버린 것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다. 반려 후 수습 후 재론하는 게 옳았다. 총리의 사의를 이번 참사의 책임과 국면전환을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
현 정부는 이번 사태의 사후 대응과 관련해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사고 수습 중에 총리가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아니더라도 국민은 충분히 실망하고 고통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