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대응체제에 앞서 필요한 것
재난대응체제에 앞서 필요한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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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침몰한 세월호의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 소유자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주변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유 씨와 관련된 것은 뭐든지 다 뒤지겠다는 자세다. 정치권도 나라 전체를 국가개조 수준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며 나서고 있다.

국민들이 목숨을 잃고 전 국민이 분노해야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들이 제정신을 차린다. 지금 돌아가는 모습이 꼭 그렇지 않은가. 유 씨 일가가 그렇게 많은 불법을 저질렀다면 어디선가 구린 냄새가 풍겨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조그만 구멍가게도 아닌 거대 그룹이 그런 구린내를 풍겼으면 알아차린 사람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 때 누군가가 이것을 바로잡았으면 이번에 생떼 같은 아이들이 수백명씩 목숨을 잃진 않았을 것이다. 1997년 법적으로 쫄딱 망한 유 씨가 10년 만에 ‘세모 왕국’을 재건했다면 많은 사람들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봐야 한다.

우린 아직 한참 멀었다. 선진국 진입은커녕 개발도상국에도 못 미친다. ‘고리(connection)’만 있으면 어떤 탈·불법도 피해갈수 있고 면제받을 수 있는 나라는 아이들 말대로 ‘후진 후진국’일 뿐이다. 눈앞에서 수백명의 국민이 죽어 가는데 관료들이 서로 책임 회피에 급급한 나라는 더 이상 ‘G-20’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울산은 이래서 안된다. 어떤 사람이나 조직이 쥐꼬리만 한 힘으로 탈·불법을 자행하도록 내 버려둬선 안 된다. 그런게 쌓이고 쌓여 사고를 만들고 끝내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우리는 이번 사건을 통해 불법적인 힘이 어떻게 사회를 썩게 만들고 얼마나 국민들을 해칠 수 있는지 잘 보지 않았는가.

우리가 새로 갖춰야 할 재난대응체제는 종래의 규범적인 것과 달라야 한다. 매뉴얼대로 따라 행동하고 관공서가 실시하는 재난대비 훈련에 적극 참여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다. 대응체제 자체가 또는 대응 주체기관이 부패해 있으면 재난·재앙은 언제든지 발생하기 마련이다.

유씨 일가와 같은 해악적인 존재들이 우리 지역사회를 근본적으로 좀먹고 있는 건 아닌지 살피자. 웬만한 탈·불법 정도는 자신이 구축하고 있는 ‘힘’으로 얼마든지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없다고 누구도 단정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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