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큰 헤이드호’를 기억하라
‘버큰 헤이드호’를 기억하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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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타닉호의 침몰이 있기 60년 전인 1852년 영국군 병사와 부녀자를 태운 배가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 근처에서 암초에 부딪혀 436명이 수장됐다. 바로 ‘버큰 헤이드호’ 침몰사고다. 630명을 싣고 남아프리카로 가던 영국군 수송선 버큰 헤이드호가 밤 2시 경 암초에 부딪쳐 사고가 나자 사령관 시드니 세튼 대령은 사병들을 갑판에 도열시켰다. 그리고 3개 밖에 없는 구명정에 부녀자 130명을 태우고 피신시킨 뒤 병사들은 갑판에 도열한 채 구조선을 기다리다 모두 수장됐다. 오후에 구조선이 도착해 몇 명은 구조됐지만 436명의 병사가 희생됐다.

그 사건 이후 ‘리멤버 버큰 헤이드(Remember Birkenhead :버큰 헤이드를 기억하자) 라는 용어가 생겨났다. 그 뒤 크고 적은 조난사고가 있을때 마다 ‘리멤버 버큰 헤이드’ 정신은 아름다운 전통으로 지켜져 왔다. 우리는 그 실제 모습을 타이타닉 영화에서 보게 된다. 생사의 기로에 놓인 한계상황에서 힘을 가진 사람들이 약자들에게 양보하고 부녀자, 노약자를 먼저 태워 보낸다. 사람들을 위로하기위해 악단들이 침몰해 가는 배 선상에서 끝까지 찬송가를 연주하던 모습은 얼마나 감동적인가.

모든 사람들이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비통해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우리는 아직 선진국가와 거리가 먼 나라임을 전 세계에 환히 드러냈다. 특히 매스컴은 국격 보호를 위해 보도를 자제해야할 부분까지 실황으로 전 세계에 원색적으로 다투어 보도함으로써 그동안 쌓아온 한국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다. 우리나라가 형편없는 수준의 나라임을 온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1912년 4월 10일 증기여객선 타이타닉 호의 침몰도 여러 가지 복합원인이 있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세월호 사건과 마찬가지로 선장과 선원들이 ‘깨어있지 않았다’ 는 것이다. 타이타닉 선장은 위험한 얼음덩어리가 떠다니고 있다고 경고하며 지나가는 다른 배들의 무선연락을 가볍게 무시했다. 커다란 얼음덩이와 얼마 못가 부딪칠지도 모른다는 결정적인 메시지를 다른 배가 보냈지만 당시 무선전신 담당자는 그 배에 타고 있던 한 부유한 승객이 육지에 있는 자기친구들과 가족들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메세지를 보내느라 그 메시지를 받지 못했다. 맨 꼭대기의 전망대에 있던 선원은 쌍안경이 어디갔는지 없다는 사실을 굳이 보고하지 않았다. 쌍안경이 있었더라면 그 빙산을 좀 더 일찍 발견하고 피할 수 있었을것이다.

이처럼 큰 사고는 사소한 부주의로부터 온다. 큰 불행은 대개 사소한 부주의가 꼬이고 꼬여 겹쳐서 오는 경우도 많다. ‘설마 뭐 그런 일이 일어나겠느냐’ 하는데서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번 사고는 연료비를 절약하기 위해 배의 평형을 잡아주는 평형수를 제대로 넣지 않고 줄인 것, 더 많은 승객을 태우기 위해 노쇠한 배의 구조를 변경한 것 거기다 규정보다 많은 화물을 실은 것, 임금을 아끼려 유능한 선장대신 도덕성과 기술도 경력도 모자라는 인물을 기술팀으로 채택한 선주와 이들을 감독해야할 시스템의 직무유기에 있다고 본다.

우리도 이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리멤버 버큰 헤이드 정신’을 도덕적이고 자발적으로 정립되게 하자. 안되면 법을 제정해서라도 시행하자. 그렇지 않으면 이번 경우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했을 때 그 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도록 하자. 이태리 코스타 콩코디아 여객선 선정이 승객을 내버려둔 채 침몰하는 배에서 빠져 나와 승객 1명당 30년 형을 선고받았다. 우리도 그런 법을 제정해야 한다. <김용언 김소아과 원장·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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