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밖엔 몰라’에 사라진 사명감
‘나 밖엔 몰라’에 사라진 사명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2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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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인생을 항해에 비유한다. 그리고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져 출발할 때 그 조직의 장을 ‘선장’에 비유한다. 지도자를 사명감과 책무성이 양 어깨에 부여된 선장에 결부시켜 말하기 때문이다.

우린 지금 사명감 없는 직무수행으로 일어난 사건 때문에 말로 형언키 어려운 슬픔에 잠겨 있다. 어른들의 무사안일로 져버린 ‘직무유기’가 꿈 한번 펴보지도 못한 우리 학생들의 목숨을 물살 드센 바다 속에 무참히 버렸다.

사명감(使命感)이란,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다. 어떤 조직이든 사명감 없는 직무수행은 책무성을 생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열정을 찾기 힘들기에 무의미한 일이 된다.

나만을 위해 행동한 세월호 선장은 제일 먼저 구조를 기다리면서 단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고 장렬히 배와 함께한 타이타닉호의 선장을 본받을 생각을 했을까. 아니면 침몰한 여객선을 버리고 도주하다 붙잡힌 이탈리아 호화여객선 코스타콩코르디아 선장을 먼저 생각했을까.

옛 어른들은 ‘올바른 판단력으로 처신함’을 사람 됨됨이를 판단하는 기준의 하나로 삼았다. 지금도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사람을 판단하면 많은 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자기 자신을 닦는데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의 품격이란 결국 글과 지혜가 아니라 위기의 순간에 드러나는 말과 행동에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상실한 인간의 기본적 품성은 교육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교육될 수 있다는 이론과 ‘상실된 인간의 기본적 품성’이 저지른 현상 앞에서 우리는 솔직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

어른들의 안일함이 지금 모든 학생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사고가 났을 때 규칙대로 착실하게 지키면, 피해를 보거나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가르쳐 온 교사들이 앞으로 학교현장에서 어떻게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웬만한 사회적 규범은 그다지 철저히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여겨지고, 심지어 적당히 규칙을 어길 수 있는 사람이 사회적으로 융통성 있고 능력을 가진 사람으로 치부되는 게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약속된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거부할 수 있는 것이 마치 능력과 권력을 가진 것쯤으로 인정되는 것이 우리사회다. 이런 착각 속에 빠져 있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에 대해 만족하고 산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우리사회에서는 왜 소중한 생명을 경시하는 이런 현상이 자꾸 반복되는 것일까.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가치관의 혼란 탓이 크다. 산업화를 거치고 지식정보사회에 접어들면서 우리에게 현실적이고 물질적인 가치가 너무나 큰 영향을 미쳤다. 빈부의 격차, 인력의 불균형 문제, 환경문제, 가족해체 문제, 고령화에 의한 노인 문제 등의 사회문제뿐만 아니라 고정관념, 흑백논리, 편견, 아집, 왜곡은폐, 표리부동 등의 극심한 이기주의를 낳았다.

그동안 교육으로 ‘해야 할 일에 자기 목숨을 걸고 인내로 극복하는 힘’을 기르는 데 너무 소홀하진 않았는지 교육의 한 모서리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인간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자기의 삶을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결코 포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이제 잘못된 것과 고칠 것은 한시 바삐 바로 고쳐나가자. 자기 가치를 가지고 자신의 일에 전심전력을 다하는 사람, 환경을 극복하는 힘을 가진 사람, 만족할 줄 알고 언제나 변화에 적응할 줄 아는 사람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이성태 남목초 교장/외솔회 울산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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