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심과 곤란은 자신에서 비롯된 것
근심과 곤란은 자신에서 비롯된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21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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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말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과 사치한 마음이 생기나니 그래서 성인이 말씀 하시되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아가라 하셨느니라.’(보왕삼매론)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과 줄거움만으로 세상을 살아가려 합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세상살이에 줄거움만, 행복함만 있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삶의 문제들이 나를 괴롭게 하고 슬픔에 잠기게 할지 미리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 삶의 여정에서 근심과 걱정은 때로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인 문제들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행복과 즐거움에 대한 집착이 크면 클수록 우리가 만나야 하는 근심과 곤란함도 그만큼 더 자주 다가옵니다. 세상의 근심과 곤란함은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문제를 감당할 수 없는 자신의 나약함에서 오는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옛 성인은 ‘근심과 곤란함으로 자신을 단련시켜 나가는 양약으로 삼으라’ 하셨습니다. 이 가르침은 근심과 곤란함을 이길 수 있는 큰 마음으로 살아가라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자신에게 닥친 근심과 곤란함이 밖에서 오는 것인 줄 알지만 사실 이 모든 것은 자신이 지난 날 뿌린 인연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누군가를 비난하고 탓하는 것으로는 문제를 더 어렵게 할 뿐이지요.

자신에게 닥친 크고 작은 문제, 좋고 싫은 문제들은 우리 스스로의 행동과, 말하는 습관, 그리고 생각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현상들입니다. 근심과 곤란의 원인이 자신에게서 온 것임을 비로소 알 때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구할 수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입니다.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듯이 그것을 해결할 책임도 스스로에게 있음을 인정해야만 우리는 문제를 감당하는 인내와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지요.

이것은 단체나 사회, 국가도 마찬가지 입니다.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근심과 고통 역시 그 구성원들의 행동, 말하는 습관 그리고 생각의 방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책임과 해결책 역시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감당해야 하며 그를 위한 노력도 공동체 모두의 의무입니다.

우리는 현재 진도 앞바다에서 일어난 큰 참사로 인해 엄청난 고통과 혼란과 상실을 겪고 있습니다. 이 참사를 대하며 우리 안에서는 슬픔과 함께 분노의 감정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참사의 원인을 다른 누군가에게서 찾으려 하고 그를 향해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 사회가 길들여져 온 삶의 방식에 문제가 있었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욕망이 불편함과 곤란함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하게 돼 과정보다는 결과에, 우리보다는 ‘나’를 위한 삶의 방식이 우리가 이런 사고에 무감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제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살펴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슬픔과 분노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지니고 있는 삶에 대한 자세를 점검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두번, 세번 또 다른 참사를 만들지 않기 위한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슬픔과 분노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임을 자각하고 치유와 해결 역시 우리 모두의 의무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수많은 이들의 안타까운 고통이 우리에게 남겨진 교훈이어야 합니다.

이제 편함만 추구하기보다 곤란함을 감당할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세상의 모든 문제는 바로 자신의 욕망에서 비롯됐음을 자각합시다.

<만초스님 해남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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