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가는 신용보증재단… 점포망 늘리고
진심어린 친절로 소상공인 대할 것”
“다가가는 신용보증재단… 점포망 늘리고
진심어린 친절로 소상공인 대할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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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우 울산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지난 2000년 설립된 울산신용보증재단은 지난해까지 13년 동안 1조 3천969억원을 신용보증 했다. 이 중 94%(1조1천249억원)가 소기업·소상공인에게 제공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에도 9천400개 업체에 1천883억원을 보증했다. 설립당시 연간 보증 공급액이 53억원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랄 수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이찬우(59·사진) 이사장을 만나봤다.

“이제는 찾아오는 게 아니라 찾아가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사실 아직도 이런 기관이 있다는 걸 모르는 영세서민들이 많습니다”

1, 2금융권을 두루 거친 ‘금융베테랑’다운 말이다. 금융권으로 치면 소위 ‘공격경영’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점포망 확장과 ‘1만개 업체 2천억원 신용보증’이다. 남구, 동구, 울주군 소상공인·영세자영업자들을 위해 공업탑 로터리와 서울주 쪽에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금융권 문턱이 아직 높은 건 사실입니다. 신용등급이 1~10등급 중 6등급만 돼도 그쪽에선 대출을 꺼립니다. 위험부담 때문에 금리도 높게 매깁니다.” 하지만 신용보증재단은 연체, 신용불량 등 기본적 신용에 하자만 없으면 8등급까지도 신용보증이 가능하다. 또 재단에서 발행한 보증서만 제출하면 금융권들은 거의 대출해준다. 금리도 금융권에 비해 재단 쪽이 싸다. 은행권의 연금리가 5~6%인데 반해 이쪽은 4~5% 정도다. 지난해는 울산시가 2%의 이자를 대신 내 주는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100억원과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한 영세자영업자 특례보증 193억원이 지원됐다. 특례보증은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실상 대신 갚아주는 것이다. 이런 조건들 외에 심사기준도 금융권만큼 까다롭지 않다.

그러다보니 가끔 금융손실이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울산신용보증재단의 금융사고율(리스크)은 약 3%정도다. 7~8%에 달하는 다른 지자체에 비하면 그래도 양호한 편이다. 그래서 재단은 이에 대비해 811억원 규모의 출연금을 비축해 두고 있다. 울산시가 365억원, 정부가 222억원, 금융기관이 224억원을 냈다.

“사업성은 양호한데 담보력이 부족한 중소제조업체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런 업체들은 자금지원이 없으면 사업번창이 어렵습니다” 자금을 지원해 사업이 번창하면 ‘정말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반면 분명 가능성이 있어 지원했는데 사업이 실패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돈을 빌려서만 합니까. 자기 돈도 들어갔을 것 아닙니까. 그런데 사업이 망하면 자기 재산 다 날리고 금융신용불량자까지 되는 거죠” 그런 경우가 제일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또 “신용등급 8~10등급에는 거의 보증서가 발급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분들의 사정을 들어보면 안타까운 경우가 한 둘이 아닙니다. 어쩔 수 없이 신용불량자가 됐고 조금만 힘을 보태주면 재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고 했다. 현실적으로는 금융보증권에서 제외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도움을주면 일어설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진심어린 친절과 따뜻한 미소’다. “저희 재단을 방문하는 분들은 대부분 금융소외 계층입니다. 그런 분들은 조그만 말 한마디에도 마음이 상할 수 있습니다. 또 원하는 금액만큼 보증을 해 드리지 못하면 실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분들이 우리 가족, 친척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그가 취임한 후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이 바로 직원들의 ‘진심어린 친절’이었다. 1억원의 보증을 기대하고 온 고객에게 절반 정도의 보증밖에 못해 줘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겠다’는 신념아래 더 친절히, 열심히 하자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소상공인을 자주 만나기 때문에 서민경제의 실상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올해 울산지역 서민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흐림’이다. “울산을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부자도시라고 하는데 그건 피상적인 것입니다. 잘 사는 사람만 계속 잘 살아요. 울산 국민소득이 전국 최고라고들 하지만 그건 대기업 쪽 이야기이고 영세서민들 생활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빈익빈 현상’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대기업 직원의 연봉이 1억원대를 넘는 반면 소상공인들은 몇백만원이 없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 보증신청이 더 늘어 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어려운 고객을 돕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할 일 아닙니까” 그는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우량고객들은 ‘싼 금리에 돈을 쓰라고 해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 비우량 고객은 이런저런 조건에 걸려 ‘쓸래도 쓸 수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고 한다.

“신용보증재단이 하는 일은 영세소상공인을 돕는 것입니다. 필요할 때 단 돈 몇십만원이 없어 쩔쩔매는 사람들을 위해 설립된 기관입니다. 그렇다면 제 몫을 해야죠” 소상인들에게 보증할 수 있는 최대한도는 7억원까지다. 하지만 그들은 그런 정도의 돈이 필요치 않는 사람들이다. 많아봤자 5천~1억원 정도다. 지난해 지역 소상공인 평균 보증금액은 약 2천만원이다. “재단을 찾는 고객들 대부분은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금융권에 가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사람들’이죠. 우리가 이 분들을 돕지 않으면 고객들이 찾아 갈 곳은 뻔합니다” 그럴 경우 저신용등급 소상공인들이 찾아가는 곳은 사채시장 뿐이라고 했다. “돈은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혈맥이 막히면 우리 신체가 망가지듯이 서민경제가 무너집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우리 번영은 사상누각(砂上樓閣)에 불과합니다.”

이찬우 이사장은 울주군 온산 출신으로 77년 경남은행에 입사한 이래 2011년 경남은행 부행장으로 퇴임할 때 까지 대부분의 기간을 울산지역에서 보냈다. 퇴임 후에는 제2금융권인 예솔 저축은행 대표이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울산 토박이 ‘금융통’이 지역 금융서민을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칠지 주목된다. 글·사진=정종식·김미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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