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손맛에 정든 사람들
70년 손맛에 정든 사람들
  • 강귀일 기자
  • 승인 2014.04.1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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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십년간 고아원·양로원에 짜장면 봉사
 

경력 70년의 현역 중화요리사가 울산에 있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이 기록의 주인공은 남구 신정2동에 있는 ‘신생원(新生園)’ 주인장 강춘덕(姜春德·87)옹이다.

신생원은 문수로를 사이에 두고 학성고와 신정고 건너편 주택가에 있다. 강옹이 1979년 지금 자리에 간판을 걸었다.

중국 산똥(山東)성이 고향인 그는 중일전쟁의 전화를 피해 17세 때 혈혈단신으로 황해를 건넜다. 그때부터 중국집 주방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서울 용산에 있던 유명 중화요리점 취흥루에서 고급 기술을 배웠다.

그의 조리사 면허증은 1965년 전북도지사가 발행한 것이다. 주방장 생활을 전전하다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마련한 것이 신생원이다. 그는 지금도 주방을 지키고 있다.

신생원은 4천500원짜리 짜장면을 학생들에게는 3천원만 받는다. 그래서 인근 학교 졸업생 가운데는 신생원 짜장면 맛을 잊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강옹은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고아원과 양로원 등을 찾아가 직접 짜장면을 만들어 나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만한 기력이 없다.

10일 기자와 만난 그는 6·25전쟁 때 화교수색대원으로 참전했다는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그러면서 백선엽 장군이 일간지에 연재했던 회고록 스크랩을 보여 줬다.

1951년 1월 당시 육군 1사단장이었던 백 장군은 중공군에 밀려 충청도 부근까지 후퇴했을 때 화교 청년 50여명으로 특수수색대를 조직해 반격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했다고 회고했다.

강옹의 기억은 더 또렷했다. 그는 자신이 바로 그 52명의 수색대원 가운데 한명이라고 했다. 그는 대중공군 첩보작전과 포로 심문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상부에 보고했다.

백 장군은 그 정보로 적의 취약한 보급사정과 극도로 떨어진 사기를 확인하고 반격작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강옹은 중국에 있는 가족들이 입을 지도 모르는 피해를 염려해 지금까지 참전사실을 함구했다. 그래서 보훈당국으로부터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했다. 강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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