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믿지 말라?
사람을 믿지 말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0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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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계장 두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을 믿지 말라” 정말 인간불신이 가득 느껴지는 말이다. 사람을 안 믿으면 뭘 믿으면 좋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찰라 이런 말도 들렸다. “기계가 정확하니 기계를 믿어야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 기계는 바로 투표지분류기이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투표지를 세면 실수가 발생하는데, 투표지분류기는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두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갑자기 지난번에 있었던 일이 떠오른다. 하루는 신형 기표대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에 도착했다. 모두 30매가 와야 한다고 해서 사회복무요원에게 세어보라고 했는데, 26매라고 했다. 깜짝 놀라서 다시 세어보라 했더니 다시 셀 때마다 1장씩 늘어나는 것이었다. 포스터가 자기들끼리 새끼를 친 건지. 결국 포스터 주위에 5명이 빙 둘러서서 세고 또 세었다.

우여곡절 끝에 포스터 수량을 확인 한 뒤 포스터를 어디에 나눠주고 붙일 건지 계획서를 만들었다.

선거관리위원회에 와서 놀랐던 점 중 하나가 바로 이런 종이 쪼가리 하나를 나눠줘도, 어디에 어떻게 나눠줄 지를 다 기록으로 남기고 계장, 국장 결재를 받아야한다는 점이다. 선관위에서는 이렇게 기록해 두지 않으면 직원들이 포스터를 몰래 집에 가져가서 벽지로 활용할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

선관위는 인간 불신이 팽배한 조직이라기보다 선거라는 중요한 법정사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라서 사소한 것 하나도 꼼꼼히 기록으로 남기고 정확하게 수행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 모든 일을 규정대로 정확하게 처리해야 투·개표 같은 중요한 사무에서도 실수가 발생하지 않는다.

절대 실수가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무, 바로 개표이다. 선관위에서는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투표지분류기를 이용하고 있다.

얼마 전 경남에서 열린 개표시연회에 참석했는데, 개표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고 무엇보다 투표지분류기를 직접 만져보고 어떻게 개표가 진행되는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기계를 통과하는 모든 투표지가 스캔돼서 컴퓨터에 저장이 되고, 누가 몇 표를 받았는지 정확한 데이터가 모니터를 통해 나타났다.

사람이 수작업으로 세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투표지를 세면서, 후보자별로 100매 단위로 묶음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기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혹시나 싶어서 100매 묶음을 살펴보니 분류가 잘됐고, 계수기로 세어보니 정확하게 100매였다.

“정말 기술이 좋구나!”하고 절로 감탄이 흘러나왔다. 이번 개표시연회에 서 투표지분류기를 보며 사람은 못 믿어도 기계는 믿는다는 계장의 말씀에 공감하게 됐다. “아, 역시 인간을 불신하고 기계를 더 믿게 돼 버렸구나!”

개표시연회에서 돌아오는 길 창밖을 내다보니 벚꽃이 만개했다. 작년, 재작년에는 공무원이 돼보겠다고 독서실에 있느라 벚꽃 구경을 못 갔는데 올해는 지방선거 준비를 하느라 벚꽃구경을 못 갔다. 옆에 앉아있는 계장께 물었다. 내년에는 벚꽃 구경하러 갈 수 있냐고 물으니 조용히 대답한다. “내년에는 조합장선거가 있다.”

2014년 6월 4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날 하루를 위해 벚꽃구경도 못가고 있는데 성공적으로 무사히 선거를 치렀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6월 4일에 꼭 투표하러 오세요!

<강민경 남구선관위 관리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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