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살롱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09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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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에 살롱문화라는 것이 있었다. 사소한 이야기에서부터 정치, 경제, 문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분야에 걸쳐 다양한 토론의 장이 만들어진 것이 바로 프랑스의 살롱문화였다.

시대를 바꿔 1900년대와 2000년대로 가보자. 1960년대에 미 국방성이 만든 인터넷 전파로 알파넷이 만들어진 후 전화선을 통해 가정에서도 통신을 하는 시대가 왔다. 이른바 BBS(Bulletin Board System)라 불리는 전자게시판 시스템이 전성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하이텔(그 전에 케텔이라고 불렸다), 나우누리, PC서브, 천리안, 유니텔 등의 상용서비스는 물론이고 집에서 구축하는 개인 BBS에 이르기까지 PC통신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됐다. 이런 전자게시판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현재 이런 살롱문화, 즉 전자게시판 문화가 다양해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블로그, 2000년대 후반 트위터, 페이스북과 같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활성화, 인스타그램, 패스와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SNS까지. 사람들은 PC 뿐만이 아니라 모바일을 이용해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유하고 취미를 공유하고 의견을 개진하며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사람들이 어느 장소에 모여 뭔가를 토의하는 모습이 온라인으로 그 장이 옮겨졌다. 하지만 살롱문화는 여전히 존재한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보를 공유하고 여론을 만드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다만 그 방식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고 있을 뿐이다.

일반적으로 ‘살롱’은 ‘다방’이나 ‘양주집’ 정도로 간주되거나 옛날 우리나라의 격조 높은 ‘기방’이나 사대부의 ‘사랑방’과 비교된다. 그러나 ‘살롱’이 프랑스 문화사와 지성사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비중은 단순한 사교장이나 오락장 정도가 아니다. ‘살롱’은 남녀와 신분 간의 벽을 깨는 ‘대화’와 ‘토론장’이며 ‘문학공간’으로서 문화와 지성의 산실이자 중개소와 같은 역할을 했다. 살롱의 대부분은 여성들이 개장하고 운영해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영역을 넓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살롱은 문인·저술가·현학자·정치인·예술가 등이 드나들었던 ‘사교의 장’, ‘대화의 장’, ‘지적 토론의 장’, ‘계층과 계층 간의 이해의 장’으로 신분이나 직위를 막론하고, 누구나 출입하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문학책을 읽고 토론하며 가볍게 술을 곁들인 식사를 하고, 공연을 즐기고, 춤을 추며 ‘대화’의 꽃을 피웠다.

살롱에 모인 사람들은 재치 있는 언변과 교양 있는 지성으로 신분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남녀가 마주앉아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여주인의 취향을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살롱은 여주인의 취향에 따라 ‘순수한 문학공간’에서 ‘사교 중심의 문학공간’, ‘공연 중심의 문학공간’, ‘토론 중심의 문학공간’ 등으로 다양화됐고, 드나드는 손님들도 여러 부류로 나뉘어졌다. 또한 살롱이 처음 개장되기 시작했을 때인 17세기와 달리 18세기의 살롱은 운영방법과 성격에서 많은 차이를 나타내게 됐다.

살롱이 18세기 계몽사상을 창출하는 산실로 새로운 사상을 전파하는 전령사의 역할을 했던 것처럼 현대의 살롱문화 역시 새로운 문학공간의 형태 또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대중과 예술가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18세기 및 19세기 전반에 있어서 살롱이 예술가의 중요한 활동무대였던 것처럼 말이다.

<윤태희 갤러리 아리오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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