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없는 교실을 꿈꾸며
걱정없는 교실을 꿈꾸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4.0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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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이 예년보다 더 따뜻했던지 벌써부터 봄꽃들이 세상을 환하게 밝히고 있다. 집 가까이 도로 옆 가로수에는 벚꽃나무의 하얀 꽃잎들로 눈부시게 아름다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고개를 돌려 화정산을 바라보면 연두빛 새싹을 틔운 나무와 사이사이 하얀 벚꽃 잎이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꽃으로 가득한 길을 거쳐 출근해 교실에 들어서면 이번에는 꽃보다 환한 얼굴의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 아이들의 웃음소리나 ‘도란도란’이야기 나누는 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얘들아, 안녕! 잘 잤니? 아침밥은 맛있게 먹고 왔니?” “선생님,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로 주고받는 인사 한 마디로 모두에게 행복한 하루가 시작되는 셈이다.

날마다 이렇게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일이 즐겁고 행복한 일들로 가득할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세상 일이 늘 그렇게 좋을 수만은 없는 법인지 속상하고 답답한 일이나 걱정과 불안한 일들도 자꾸만 생기게 된다.

가끔씩 동료 선생님들과 차 한 잔 마시면서 학교 얘기를 나누다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특히 수업활동이나 학급경영 등의 문제로 학부모와 갈등이 생겨 힘들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이나 힘겹게 느껴진다.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학부모를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는 그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지 않던 시절 다른 학교에서 6학년 부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었다. 당시 옆 반 여학생이 저학년 동생들의 돈을 수시로 뺏고 괴롭혀 문제가 됐던 적이 있었다. 담임선생님과 상의해 피해학생들에게 사과와 함께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선생님과 계속 상담을 하기로 그 여학생과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다음날 그 여학생의 아버지가 찾아와 “왜 후배들에게 사과하게 했냐!”며 멱살잡이를 당한 적이 있다. 과정을 설명하고 문제의 심각성을 이야기해도 딸아이의 자존심만 내세우는 보호자 앞에서는 어떤 교육적 설명도, 이야기도 전달되지 않았다. 그날 필자는 그 여학생의 아버지로부터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단어와 ‘피해 보상’이라는 이야기까지 동료교사들이 있는 자리에서 들었다. 필자는 그날 밤새 한 잠도 자지 못한 채 뜬 눈으로 날을 새웠던 적이 있었다. 우리 반 아이도 아닌데, 괜히 나서서 이런 일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교단에 있다 보면 교사로서의 일상적인 교육활동 조차도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경우가 있게 된다. ‘교권확립’이라는 말도 중요하고 필요하지만, 교육현장에 좀 더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버팀목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 운전자 보험처럼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육활동 지원 보험 상품이 출시돼 판매된다면 대박날 거라는 얘기를 선생님들과 나눈 적이 있을 정도로 학교현장 선생님의 불안과 걱정은 생각보다 심한 편이다. 어쩌면 이런 사업들을 교육청 차원에서 준비하고 추진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교사들이 마음 편히 교육활동에 종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교육청의 할 일이 아닐까.

다가오는 지방자치선거에서 어떤 이가 교육감으로 당선될 지 알 수는 없지만, 제발 교사들이 이런저런 뒷걱정 없이 교육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람이 당선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김용진 화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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