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8시 울산 중구 태화로 제일중학교 정문 앞에서 머리 희끗한 중년의 남성이 등교하는 학생들을 향해 90도 인사를 했다. 학생들도 이 남성에게 “안녕하십니까”라고 두손 모아 인사를 하고 오른편으로 줄지어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이 남성은 다름 아닌 이 학교 장익래(59·사진) 교장이다.
장 교장은 지난 9월 이 학교에 부임한 후 거의 매일 아침 학생들과 만났다. 바로 전에 근무했던 태화중 학생들은 그를 ‘병아리 교장 선생님’이라고도 불렀다. 비가 오는 날이면 노란 우비를 입고 학생들에게 인사를 해서 붙은 별명이었다.
장 교장은 이날 아침 때때로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운동부는 다른 친구들보다 아침밥을 더 든든히 먹어야 한다. 아침밥은 먹고 나왔니?”라며 테니스부원과 친근하게 인사를 나눴다. 출근하는 한 교사에게는 “어제 그 반에 지각했던 녀석 앞으로 지각하지 않도록 잘 지켜봐 주세요”라고 아침인사를 했다.
1학년 최영훈군은 “입학해서 처음에는 교장 선생님의 90도 인사에 어색하기도 했지만 매일 아침 있는 일이라 이제는 이 모습이 친근하다”면서 “교장 선생님의 인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장 교장은 “인사 잘하기는 인성교육의 시작”이라며 “학생들에게 말로 하는 것보다는 내가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교육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교장연수를 갔을 때 그 지역 교장들이 등굣길에 망토를 입고 나와 ‘굿모닝, 굿모닝’ 인사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매일 아침 전교생과 만나 인사를 나누는 일은 교사로서 당연히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도 등굣길 인사는 거르지 않을 예정이라고 했다.
울주군 구영리에서 제일중 앞 도로로 매일 출근을 한다는 한 학부모는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내 두 아들이 제일중에 다니지 않지만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 일일이 고개 숙여 인사하는 교문지기 선생님 때문에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겠구나’ 안심이 된다”면서 “이 선생님이야 말로 이 시대의 스승상”이라고 칭찬의 글을 남겼다.
양희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