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다스리는 지혜
화를 다스리는 지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3.27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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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누구나 화(火)를 낼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상대에게, 적절한 이유로, 적절한 시간에, 적절한 방법과 적절한 정도로 화를 내기는 참 어렵다’고 했다. 철학자에게도 분노를 다스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세상을 살면서 ‘화’ 한번 내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화가 나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화를 다스리지 못해 스스로 울화병에 걸리기도 한다. 물론 우리 가운데는 화를 좀처럼 잘 내지 않고, 잘 참기도 하는 훌륭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 심지어 수행 정진하는 종교인들마저도 화를 극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아무튼 화가 인간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화를 풀지 못해 울화병에 걸린 적이 있거나 화를 다스리지 못해 서로 피해를 주고받은 적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세계의 모든 종교들이 화를 문제 삼고 있다는 데서 드러난다.

서구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는 화를 지옥에 떨어질 대죄로 여겼고, 불교도 시기, 절망, 미움, 두려움 등 우리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독(毒)들을 하나로 묶어 ‘화’로 규정했다. 또 화는 개인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집단적 차원에서 전쟁, 테러 등으로 폭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전쟁은 ‘조직화된 화’이고, 테러는 ‘정치적으로 조직된 화’라고 ‘화’ 연구의 대가 로버트 서먼(Robert Thurman)이 말했다.

2000년대에 들어 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홧김 범죄’가 더욱 늘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하게 된다. 10년 새 2배나 늘었다고 한다. 얼마 전 단순한 층간 소음분쟁으로 이웃간에 살인과 방화가 잇따랐던 사실이 아직도 생생하다. 한 신문에서 강력범죄자 양형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한 우발적 범행이 44.3%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화 또는 분노는 자신의 욕구실현이 저지당하거나 어떤 일을 강요당했을 때 이에 저항하기 위해 생기는 부정적 정서로 풀이된다. 이는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조절이 되지 않을 때가 문제다. 뇌의 전두엽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코티졸(Cortisol)이라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어 기능이 떨어지는데, 이때 분노조절이 불가능해지면서 함부로 분노표출이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런 현상을 ‘충동조절 장애’로 정의하고 있다.

화병은 주로 정신적 갈등이나 충격으로 나타나는 증상일 뿐 뇌에 병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신병처럼 인격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정신분열증을 포함한 정신병은 화병에 속하지 않는다고 한다.

화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속상한 일이 있으면 그대로 묻어두지 말고 될 수 있는 대로 상대방과의 대화를 통해 그때그때 해결하도록 노력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한 가벼운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덧붙인다.

근래 화를 다스리는 법이 온라인 상에서 화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에는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 관련한 게시물이 여럿 올라와 있다. 게시글에 따르면 ‘화가 치밀 때 먼저 1부터 10까지 숫자를 세면서 심호흡을 한다. 10까지 숫자를 세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화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것이 그 요지다. 어떤 상황에서 화가 치솟더라도 발끈하지 말고 잠시 동안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의미다.

이와 함께 명상, 요가, 심호흡, 운동 등으로 화를 풀어내는 것도 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밖에도 화를 다스리는 법으로는 ‘자리를 피하기’, ‘거울보기’, ‘가능한 해결책 확인하기’ 등도 소개되고 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가 있지만, 또 어떤 때는 아무리 애써도 자꾸 꼬이기만 할 때도 있다. 어렵고 힘들고 울화가 치밀 때일수록 자신의 내면을 차분히 들여다보며 잘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참을 인(忍)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는 선인(先人)들의 말씀이 더욱 새롭게 와 닿는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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