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旅行)의 의미
여행(旅行)의 의미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3.25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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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나가면 개 고생”

몇해 전 한 통신사의 광고카피이다. 이 말은 광고 목적과는 차이가 있지만, 여행에 대한 부정적 시각에 주로 사용되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수많은 여행상품이 소개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로 여행지에 대한 최신정보도 최근 직접 다녀온 여행객의 글과 사진으로 자세한 소식을 접할 수 있고, 여행 정보와 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실제 명절과 황금연휴 기간에는 많은 사람들이 국제공항을 통해 해외여행을 떠나는 TV 보도가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국내여행도 사통팔달로 연결된 국내 교통망이 있어 마음만 먹으면 자가용으로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고, 열차나 버스를 이용한 패키지 여행도 보편화 돼 있어 이동과 숙박에 큰 불편함이 없이 다녀올 수 있다.

여행은 사실 우리의 일상에서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보통은 특별한 행사로, 계획된 준비를 통해 떠나는 것이 보통이다. 일상을 떠나 자유롭게 새로운 거리와 문화를 접하고, 조금은 놀라움과 환희를 맛보고, 평소와는 다른 경험을 통해 삶의 에너지를 충전함으로써 여행 후 계속되는 일상의 생활에 활력을 얻고자 하는 것이 통상의 이유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머스럽게 지어낸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어 소개한다. 자녀들이 연로하신 부모님께 효도하는 마음으로 해외여행을 시켜드렸다. 패키지 여행이나 연로한 부모님을 염려하는 마음에 자식은 부모님께 가이드 말을 잘 따라서 안전하게 다녀오시라고 당부를 한다.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온 부모님. 자녀가 여행에 대해 묻자 부모님은 가이드 깃발만 보았노라는 답변에서 잘못된 여행문화의 일면을 보는 듯하여 씁쓸하다.

오늘날 우리의 여행문화는 관광문화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관광을 한자로 풀어보면 볼광(觀)·빛광(光)으로 영어의 Sightseeing에 부합될 듯 하다. 여행은 나그네여(旅)·다닐행(行)으로 ‘다니는 것’에 비중이 높고 영어로는 Travel이 적절할 것 같다. Travel(여행)의 어원을 살펴보면 고생과 고역을 뜻하는 Travail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는 관광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관광’이나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은 대개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교통편과 일정을 짠다.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은 불필요한 일정에 불과하다.

하지만 여행자의 본래의 의미와 비슷한 ‘순례자’들은 다르다. 최종 목적지에는 그리 집착하지 않는다. 순례자는 그곳까지 가는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기를 기대한다. 그 여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면 만족한다. 길을 잃고 헤매더라도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찾을 수 있다면 만족한다. 순례자에게 여정은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목적 그 자체인 것이다.

대표적인 순례길로 예수의 제자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가는 길이다. 이 길은 프랑스 남부국경 마을인 생장피데포르에서 시작되는 800㎞의 길이다. 전 세계의 많은 여행가들이 찾는 길로써, 일에 지치고 사랑에 허기진 사람을 보내고 싶은 순례길로 소개되고 있다. 소설가 파올로 코엘료는 이 길을 직접 걷고 소설 ‘순례자’를 통해 데뷔를 하게 된다. 여행은 여행자에게 특별한 의미로 선물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콘스탄틴 카바피의 詩 ‘이타카’에서 전하는 여행의 의미가 마음에 닿아 소개한다.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 너의 목표는 그 곳에 이르는 것이니 / 그러나 서두르지 마라 / 비록 너의 갈 길이 오래더라도 /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 줄 것을 기대하지 마라 (중략)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유인숙 울산시 여성회관·여성새로일하기센터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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