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모병원, 이대로는 곤란하다
산재모병원, 이대로는 곤란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3.18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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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로부터 매년 100억원씩 15년간 지원받는 대학, 울주군으로부터 매년 50억원씩 10년간 지원받는 대학, 총 2천억원의 지원을 울산으로부터 받는 대학이 바로 최초의 법인화 국립대학인 울산과학기술대학 UNIST이다.

신입생 정원 750명, 이중 울산지역 출신 학생은 100명 내외다. 울산시와 울주군으로부터 지원받은 만큼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를 따져야겠지만,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한 마당에 지역사회의 기여를 평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요 옹졸해 보일 수 있으니, 좀 참자.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있다. UNIST의 개교 후 지역의 정치권과 자치단체 차원에서 더 이상 종합대학 유치나 설립의 목소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없는 것 보단 그래도 법인화 대학이든, 신입생 수가 적든 있는 것이 낫다, 현실 가능한 대안은 UNIST 밖에 없다’는 목소리 속에 종합대학 유치를 바라던 울산시민들의 목소리는 외면당했다.

지난 2월말 메니페스토울산위원회에서 지역의 전문가들과 울산시민들의 여론조사를 통해 발표한 울산 10대 아젠다의 7번째 의제로 ‘사범대 및 교육대 설립 또는 대학 분교 유치’가 선정되었다. ‘한해 9천여명의 고교졸업생들이 대학 진학을 위해 타지로 나가는 울산고등교육의 현실’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시민들에게는 여전히 남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가사업이라고 덜렁 받아들인 UNIST가 지역 고등교육의 여건 개선 목소리와 충돌하고 있는 상황이다. 첫 번째 단추가 잘못 꿰어진 상황이다.

이런 일이 울산에서 또 다시 벌어지고 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재모병원(UNIST 인근에 UNIST와 연계해, 4천200억원의 산재기금으로 설립 추진 중)건립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산재모병원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번째는 위치 문제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진주의료원 적자문제의 핵심은 환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시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울산시민이나 산재환자들의 접근이 어려운 UNIST인근 부지에 산재모병원을 건립하겠다고 한다. 적자 발생이 불을 보듯 빤 한데 어찌하겠다는 이야기인지?(고용노동부에서는 헬기를 띄우겠단다)

두번째는 산재모병원의 연구기능 문제다. UNIST의 줄기세포 연구기능을 통해 ‘희귀 난치성 질환 및 암 연구중심’의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한다. 줄기세포 연구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아직 제대로 검증 되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산재환자의 99%가 외상, 중독, 심폐질환 및 근골격계 질환인데, 도대체 ‘희귀 난치성 질환 및 암 연구’는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그림인지? 정말 궁금하다.

문제가 이러함에도 지역사회는 아직 조용하다. ‘예비타당성조사 통과가 먼저이니 괜히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자’라는 침묵만이 흐른다. 하지만 이대로는 곤란하다. 또 다시 UNI ST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산재모병원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해 공론화해야 한다.

만일 좋은 게 좋다싶어 입을 꾹 다물고 있는데 상대측에서 타당성이 있느니 없느니 걸고 넘어지면 그 땐 어쩔 건가. 그보다는 우리가 먼저 ‘유치는 하되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하는 게 옳다. 시장후보들은 이 문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

그리고 울산시는 고용노동부가 알아서 할 일이란 태도를 버리고, 추진위원회 구성 등에 적극 나서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김태근 울산시민연대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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