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브랜드 재조정 필요하다
도시브랜드 재조정 필요하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3.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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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지속성장·발전하려면 도시브랜드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시대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가 국가보다 도시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도시브랜드의 중요성이 국가를 능가한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세계경기가 침체국면을 맞고 있음에도 오히려 도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도시브랜드 재조정 작업이 필수불가결하게 됐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기존의 도시브랜드를 점검하고 새로운 브랜드를 창조하기 위한 획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브랜드는 국가브랜드와 달리 그 도시가 추구하는 경제, 교육, 공공정책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또 도시의 인지도를 높여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그 지역의 수익모델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그 도시의 관광자원, 기업투자, 인적자원, 공공서비스, 산업인프라 등의 주요 요소들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적절한 도시브랜드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도시브랜드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지역의 경제여건이나 주민들의 삶의 질, 시민의식, 문화 수준 등이 고루 발달될 필요가 있다.

울산도 도시브랜드를 재조정할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울산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조업 중심도시에서 탈피해 문화·관광도시로 성장하기 위해 기존의 도시브랜드인 ‘공업도시’를 대체할만한 새로운 브랜드가 필요했다. 이러한 여건을 반영해 수 년 전부터 울산의 새로운 도시브랜드로 ‘고래도시’를 표방해 왔으나 그것이 지역에 가져다 준 경제적 가치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고래는 희귀동물인데다 보호동물이어서 관광자원화 하기가 쉽지 않고, 포획이 금지된 어종이라 ‘고래고기’를 울산의 대표 음식으로 상품화할 수도 없는 처지이다. 이러하다 보니 울산은 물론 타 지역 사람들에게도 울산의 ‘고래도시’ 브랜드는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제 울산은 잠재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발굴해 새로운 시대적 흐름에 맞게 발전시킴으로써 이를 핵심가치화하는 도시브랜딩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우리보다 먼저 이러한 전략을 구사해 성공한 도시로 영국의 ‘리버풀’과 ‘글래스고’를 들 수 있다. ‘리버풀’은 한때 철강중심의 항구도시로 명성을 날렸으나 점차 도시가 쇠락하자 문화중심도시라는 비전을 갖고 도시브랜드 재조정 전략을 추진해 지금은 세계적인 ‘문화체육도시’로 거듭났다. 또한 ‘글래스고’는 한때 조선 및 중공업이 발달해 유럽에서 가장 부유하고 멋진 도시 중의 하나라는 찬사를 받았으나 20세기 들어 중공업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지역경제가 쇠퇴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문화산업과 서비스업 등에 대한 투자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1990년에 ‘유럽의 문화도시’로 지정되는 쾌거를 이룩했다.

울산의 도시브랜드 재조정 작업은 시민여론과 전문가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치밀하고 체계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 울산을 ‘암각화도시’와 ‘한글도시’로 브랜딩해 국내는 물론 세계만방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곧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반구대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로 볼 때 관광자원화하면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엄청나게 클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울산 출신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의 유물을 발굴해 ‘한글박물관’을 만들고 세계기록유산인 훈민정음을 비롯한 한글의 문화유산 일체를 집대성하면 울산의 훌륭한 문화관광자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창형 울산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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