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설렘
3월의 설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3.11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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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어떤 순간에 대한 기다림이나 낯선 사람을 만나게 되는 설렘이 있어 행복함을 느낄 때가 있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지만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난생 처음 소개팅을 가는 날의 흥분과 설렘 또한 삶의 소소한 즐거움이라 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매년 한 차례씩 그런 설렘을 통한 즐거움을 느끼는 시기가 있다. 바로 2월부터 3월 사이이다.

학교는 일반 직장과는 달리 시작은 3월에, 마무리는 이듬해 2월에 하게 된다. 모든 학사 일정이 3월부터 이듬해 2월을 1년으로 삼아 추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말이란 개념을 학교에서는 2월이 돼야 느끼게 된다. 아니 어쩌면 연말을 2번(12월의 연말과 학교에서의 2월 연말) 경험하게 된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직장마다 12월말이면 종무식으로 바쁠 때 학교에서는 학기말 업무와 성적처리, 새 학년 학급편성, 졸업식 등으로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다음 해에는 몇 학년을, 어떤 업무를 맡을지를 미리 신청하게 된다. 하지만 솔직히 업무도 업무지만 몇 학년을 맡을 것인지가 교사들에겐 적지 않은 고민거리다. 그러다보니 어떤 선생님은 입학할 때 만났던 아이들과 3년을 내리 함께 지냈다면서 이번에는 어떤 학년의 아이들을 맡을 것인가에 대해 12월부터 고민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몇 학년을 신청할지 고민하는 선생님의 얼굴 표정에서 마치 미팅이나 소개팅을 나가기 전의 대학생 같은 그런 풋풋함과 설렘을 느낄 수도 있다.

2월에 내린 갑작스런 폭설로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던 날, 텅 빈 교실에 홀로 앉아 아이들 책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추억 속으로 빠져 보았다. 아직 찬바람이 가시지 않은 3월 첫 출근 날에 아이들과 첫 대면을 하던 장면을 사진에 담아둔 것이 있어서 파일 속의 사진들을 살펴보았다. 장난꾸러기 정욱이는 그때도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사진 속에 자리 잡고 있었고, 첫 만남 때 돌부처같이 말수가 적었던 보성이는 헤어지는 순간까지 말보다는 얼굴 가득 따뜻한 마음을 표현해 주었다.

2월 봄 방학 하는 날에 통지표를 나눠 주면서 아이들과 헤어지면서 눈물을 흘리게 될까봐 일부러 우스갯소리도 하면서 분위기를 즐겁게 해 보았지만, 막상 헤어지는 순간이 되자 여학생 몇 몇이 눈시울을 붉힌 적이 있었다. 한 명 한 명 아이들마다 악수를 하거나 꼭 안아주다 보니 그런 감정이 더욱 깊어져 버렸나 보다. 눈이 큰 다정이와 수미는 복도에서 큰 소리로 울기까지 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고 말았다. 곁에 있던 친구들과 함께 다 같이 안아 주면서 눈물을 닦고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마음 한 편이 아련해 옴은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3월이 가까워지면 새로운 설렘으로 가슴이 채워진다.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나게 되고, 어떤 선생님들과 함께 1년을 보내게 될까’하는 새로운 기대와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결국 나는 2월 학기말 방학기간 내내(건강검진으로 빠진 하루 빼고) 교실에 나왔다. 청소를 해 놓고 퇴근을 해도 다음 날이 되면 더 깨끗하게 청소를 해 주고 싶은 마음에 다시 청소기를 돌렸다. 마치 첫 미팅을 나가기 전 머리를 손보고 돌아서서 다시 손보듯이 말이다. 이런 마음이 있어서인지 필자는 교단에서 아이들을 만난다는 것이 큰 행복으로 느껴진다.

학교폭력이니 뭐니 불미스러운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와도 그래도 아직 교단은 ‘설렘’이 있어서 즐겁고 행복한 곳이다.

<김용진 화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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