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삼일과 초지일관
작심삼일과 초지일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3.06 2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정신과 의사 빅터 프랭클(Victor E. Frankl)은 ‘죽음의 수용소’란 책에서 “일반적으로 신체 건강한 사람들이 힘든 수용소 생활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건강, 활기, 지능, 생존기술 그 어느 것도 생존의 일차적인 요인이 아니란 것이다. 막연한 희망을 가진 사람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했다.

실제 1944년 성탄절과 1945년 신년 연휴를 전후한 불과 2주 사이에 많은 수감자가 죽었다. ‘이번 크리스마스만 지나면…’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절망으로 바뀌면서 육신의 생명까지 앗아가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막연한 기대는 긍정이 아니라 오히려 체념이라는 병을 만드는 독이 되었다.

하지만 프랭클을 포함해 오래 살아남은 사람들은 현실에 뿌리를 둔 구체적인 목표를 향해 매 순간 끊임없이 노력한 이들이었다.

프랭클은 처음에는 사랑하는 부인과 자녀를 언젠가는 만나겠지 하는 희망으로, 다음에는 자신이 죽어버리면 부인이 살았을 때 얼마나 슬플까 해서 부인을 더 슬프게 하지 않으려고, 그리고 다음에는 힘든 수용소 생활을 기록해 전쟁이 끝나면 고발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견뎌냈다고 한다.

중국 남송의 유명한 유학자였던 주자(朱子)가 송나라 명신들의 언행을 수록한 ‘송명신 언행록(宋名臣言行錄)’에는 장영(張詠)이라는 사람이 남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세가지 어려운 일이 있는데 이를 유의한다면 꼭 성공할 수 있다. 첫째는 잘 본다는 것, 둘째는 보고 잘 행하는 것, 셋째는 바로 행한다면 반드시 끝을 본다는 것이다.”

이 말은 어떤 일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 작업부터 그 진행과정과 마무리의 중요성을 말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잘 본다는 것’은 미래의 전망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에 대한 예측이 없이는 일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행하는 것인데 전망에 따라 실행에 옮기는 것을 말한다. 계획만 세워 놓았다고 해서 일을 행한다고 할 수는 없다.

구체적인 실천이 뒤따라야 계획이 빛을 발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행한 일은 반드시 끝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속담에도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초지일관(初志一貫)은 당연한 진리지만 실천하기가 꽤나 어렵다. 누구나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세운 뜻이 약해지고 또 실천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수립된 계획들을 모두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에게 끊임없이 채찍질을 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처음 수립한 계획대로 꾸준히 일이 추진되고 있는지 여부를 수시로 자문해 봐야 한다.

새해를 맞이한 지 벌써 석 달째로 접어들었다. 다행히 작심삼일(作心三日)을 넘겼으면 마음을 다잡고 계속 해나갈 일이고, 이미 물거품이 됐다면 반성하고 점검해서 재차 작심해야 할 것이다. 우선 목표설정이 중요하다. 작심삼일에는 수없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대체로 목표설정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목표가 허황되거나 막연하고 분명한 성취동기가 없으면 추진동력은 크게 약화되게 마련이다.

목표는 자신의 능력과 현실에 토대를 두고 자기의 강점에 초점을 맞춘 것일수록 좋다. 그리고 뭐든 일단 시작했으면 습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엔 우리가 습관을 만들지만 나중에는 습관이 우리를 만든다.

누구나 한두 번쯤은 경험해 봤을 ‘작심삼일의 마력’에서 서둘러 벗어나 가슴 뿌듯한 춘삼월이 되시길 바란다.

<김부조 시인/칼럼니스트>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