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3.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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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해서 나눠 주는 것이 아니라, 나눠 줌으로 인해 비로소 넉넉해 질 수 있는 것’이 바로 봉사다.

필자는 지난달 19일 캄보디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캄보디아 씨엠립 지역 식수개선사업 즉, ‘사랑의 우물 파주기’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서였다. 면밀한 준비 없이 의욕만 앞세웠던 초창기 단촐했던 방문에 비하면 이번 방문은 울산 로타리클럽 봉사회원들과 울산RCY(청소년 적십자 봉사회)위원회 위원들 60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방문단이었다. 특히 고무적인 사실은 이번 전체 봉사단원의 절반 정도가 청소년이었다는 것이다. 이는 수년째 사업을 구상하고 기금을 조성해 실행에 옮긴 봉사추진위원장으로서 실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치열한 입시경쟁만 존재 할 뿐 전인교육의 장이 절대 부족한 우리 청소년들이 부모님 손을 잡고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에서 봉사활동을 펼친다는 것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소중한 공부가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가 지난 5년 동안 펼쳐온 ‘사랑의 우물파주기’ 사업은 단순히 깨끗한 물만 선사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우린 그들에게 생명을 나눠 주었고, 그들은 희망을 품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이사업을 일명 ‘사랑 나눔 프로젝트’라고 한다.

사실 캄보디아는 매우 어려운 경제여건 때문에 인구의 80% 이상이 상수도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우량은 풍부하지만 저장시설이 턱 없이 부족해 아이들이 오염된 지표수를 그대로 먹고 수인성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이런 힘든 상황을 조금이라도 돕고자 뜻을 모은 지가 벌써 5년째다. 봉사 첫해 뿌오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톤레샵 수상학교, 프라이톰초등학교, 시에남 초등학교에 나갔었다. 올해는 돈스와 초등학교와 그 인근 마을을 찾았다.

수년간 이어온 봉사지만 처음 그들을 대할 때는 언제나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다. 하지만 우리가 선사한 우물에서 분수처럼 쏟아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던 수백개의 눈망울들이 일시에 환호와 탄성을 지를 때면 그 자리는 바로 축제의 장이 됐다. 식수개선사업과 더불어 올해는 더 실질적인 봉사활동을 펼쳤다. 작년부터 시작된 초등학교 교복지원 사업과 학교 화장실 보수, 이발봉사, 치과 의료봉사가 더해졌다.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다. 하지만 40여년 전 일어난 대학살 사건으로 인해 ‘킬링필드’라는 지울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비극의 역사를 딛고 일어나 희망의 새 역사를 창조 중에 있다. 국제사회의 원조에 의존하고 1인당 국민소득이 800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이지만, 메콩강 유역의 비옥한 농지와 울창한 삼림, 개발되지 않은 풍부한 부존자원을 보유한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나라이다. 좁은 국토와 천연자원이 빈약한 우리가 지금 그들에게 베푸는 것은 단순한 봉사활동 이상의 가치가 있을 수 있음을 우리는 자각할 필요가 있다.

반대급부를 바라고 행하는 봉사는 이미 순수한 봉사의 의미를 상실한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편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와 국민의 장래를 염려한 급부라면 그리 지탄 받을 일도 아니다. 이를테면 미래 ‘식량전쟁’에 대비해 그들에게 우리의 첨단 기술력을 제공하고 그들의 식량자원을 공동 개발할 수 있다면 캄보디아와 우리는 국제적으로 상생하게 된다.

우리에겐 그런 현실적인 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장기적 차원에서 계획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봉사와 더불어 민족의 장래도 한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최해상 대한적십자 봉사회 울산지사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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