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모자의 ‘눈물의 설’
어느 모자의 ‘눈물의 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2.0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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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앞 둔 지난달 28일 밤 울산 남부경찰서는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오후 10시 20분께 남구 삼산로에서 30대 남성이 몰던 승용차가 50대 여성을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술에 취해 무단횡단을 했던 50대 여성은 사고 직후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승용차 운전자는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게 됐다. 자정이 넘은 시간, 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왜 이렇게 안 오누?” 휴대전화 너머 노모의 목소리는 조용한 경찰서 안에 울려 퍼졌다. 노모는 설을 맞아 하나뿐인 피붙이, 아들을 보기 위해 경남 창녕에서 왔다고 했다. 사고에 대해 이것저것 궁금한 게 많았을 텐데도 “일이 좀 잘못된 것 같다”는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서는 그저 흐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난 뒤 진정된 노모는 “내가 늙어서 괜히 여기까지 와서 그런가보다”며 스스로를 탓하더니 “아들아, 그냥 네가 다 잘못했다고 해라. 머리 숙이고 무조건 죄송하다 그래라”고 했다. 휴대전화 너머 노모의 말에 아들은 조용히 눈물을 흘렸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경찰관도 울었다고 한다.

세상 모든 어머니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 나의 잘못도 당신의 잘못인 것처럼, 내 아픔에 누구보다도 더 괴로워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극단적으로 표현되긴 했지만 ‘어머니’는 언제든 맹목적인 내 편이다.

최근 대중문화는 출산을 장려한다는 명목으로 ‘어머니’, 부모를 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아버지와 아이의 여행’, ‘엄마 없이 보내는 48시간’ 등 프로그램이 승승장구 하더니 이번 설 연휴기간에는 출산을 앞둔 산모들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실존하지만 결코 현실적이지 않은 부모들이 TV에 나온다.

다행히도 우리는 그들을 보며 쉽게 눈물을 흘리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 눈물은 30대 운전자의 노모와 같이 지극히 평범한 우리네 어머니를 위한 것이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전혀 특별할 것 하나 없지만 또 가장 특별한 어머니를 위한 눈물이다.

<주성미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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