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꽃 피어야 할 설인데…
웃음꽃 피어야 할 설인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4.01.27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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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명절이라 불리는 설이 며칠 남지 않았는데, 자꾸만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지난 26일 밤 30대 남성이 남구 달동의 모텔에서 쓸쓸하게 목을 맸다. 그의 죽음은 특별한 직업도 없이 10여년전 고향을 떠나 홀로 객지 생활을 하던 그의 지나온 삶의 한 단면이었다.

지난 25일에는 투자 실패로 진 10억원이 넘는 빚으로 괴로워하던 60대 가장이 스스로 목숨을 내던졌다. 같은날 부인과 다툰 후 격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30대 남성이 있는가 하면 승용차에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을 기도했던 40대가 경찰에 극적으로 구조되기도 했다.

자살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불명예스럽게도 우리나라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8년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루 평균 42명, 연평균 1만5천여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자살 사건이 접수돼도 이상한 게 하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잇따라 들리는 안타까운 소식이 유난히 씁쓸하게 느껴지는 건 다가오는 설이 언젠가부터 즐겁지 않은 탓도 있다.

일년에 두 번밖에 없는 명절이지만 바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건 힘들고 그나마 얼굴을 마주한 가족 사이에서도 웃음보다는 한숨이 더 자주 들린다.

누군가는 대학교 진학을 걱정하기도 하고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이들은 집안 어른들의 눈치만 보게 된다. ‘결혼은 언제할거냐’는 잔소리가 쌓이고 세배라도 받을세라 헛기침을 하고 자리 피하기 급급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언젠가부터 주위에도 가족을 만나러 고향에 가는 이들보다 친구들과 가까운 스키장이나 해외여행을 가는 이들이 많아졌다. 덕담을 나누고 한해를 기분 좋게 시작해야 하는 설 명절이 스트레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설 연휴 어느 영화관이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결혼 못한 스스로의 처지를 비관한 한 청년의 죽음이 날씨만큼이나 유난히 쓸쓸하게 느껴진다.

<주성미 취재2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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