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만찬 즐기는 기초의회
승마·만찬 즐기는 기초의회
  • 권승혁 기자
  • 승인 2014.01.26 20: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낭비성 연수에 핵심은 벼락치기

예산 소진… 차기의원 기회 박탈

임기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울산 기초의회들이 너도나도 낭비성 국내 연수를 다녀와 시민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제주도에서 승마와 ATV를 배운 건 둘째치고, 이제와 예산안 심사 실전워크샵 교육을 받은 의회도 있다. 일부 의회는 올 한해 연수비용을 이번 달에 모두 소진해 오는 6월 새로 뽑히는 의원들의 연수기회까지 박탈했다.

26일 본지가 울산 5개 구군의회의 올해 상반기 합동연수 계획을 취합한 결과 울산 동구의회를 제외한 중·남·북·울주군의회가 2박3일씩 국내 연수를 진행했다. 3일짜리 국내 연수지만 평균 연수예산이 2천만원(북구는 1천500만원)에 달한다.

먼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제주도를 다녀온 남구의회(의장 임현철) 제주도연수(지난 15~17일) 주요 프로그램을 보면 첫날 90분짜리 교양강의를 들은 뒤 120분짜리 승마체험을 하고 만찬을 즐겼다. 둘째날에는 하루종일 제주도 겨울한라산을 등반하거나 한라산을 오르지 않은 비등반팀은 우도 관람을 한 뒤 라스베가스 매직쇼를 관람했다.

연수다운 연수프로그램은 벼락치기로 끝냈다. 제주 작은도서관 운영실태시찰, 재래시장(서귀포 매일 올레시장) 활성화 운영실태 비교시찰, 이중섭 거리 및 박물관 시찰이 고작 3시간코스로 빡빡하게 진행했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연수프로그램을 다 채우지 않고 16일이나 17일 제주도를 떠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의원 1인당 비용은 3일치 모두 위탁기관에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수비는 올 한해 의회 연수비용 전부를 쓴 것이다. 정작 연수가 필요한 오는 6월 새로 뽑히는 의원들의 연수기회까지 박탈한 셈이다.

남구의회 측은 “매년 가는 단합대회 겸 연수에 불과하다”며 “일정이 바빠 중간에 올라왔는데… 이번에만 일정이 그렇게 됐다. (6월에 뽑히는) 의원들은 또 MT비용 등으로 연수를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남구와 같은 기간 제주도에서 연수를 한 울주군의회(의장 이순걸)는 첫째날 예산안심사 실전워크샵과 핵심을 찌르는 군정질문 기법을 배웠다. 이미 본예산 심의만 초선의 경우 4년간 4번을 했고, 남은 임기에 임시회가 한 두차례 있을까 말까한 상황에서다. 군의회는 남은기간 주로 한라산 등반과 지역특성화사업장인 올레7코스 등에 참여했다.

군의회 관계자는 “의회 역량 강화를 위한 매년 하는 연수로 6월에 뽑히는 의원들의 연수비는 또 하반기에 배정돼 있다”고 말했다.

중구의회(의장 김영길)는 지난 22일부터 24일까지 마지막 주자로 제주도 연수행렬에 동참했다. 중구의회는 첫 날 의정활동 활용방안과 리더십 전략이란 주제로 특강을 받은 것 빼고는 둘째날부터 산방상 ATV 체험과 화순 곶자왈 탐방로 시찰, 몽골리안 마상쇼 관람, 제주 재래시장 견학으로 시간을 보냈다.

북구의회(의장 윤치용)는 제주도가 아닌 강원도 속초로 합동연수를 떠나 설악산 케이블카 체험, 낙산사 견학, 속초시립박물관 운영현황 등을 살펴봤으며, 이 또한 연수시점을 놓고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 구의회가 연수를 간 동안 의정활동은 당연히 공백상태였다. 구의원과 의회사무를 돕는 전문위원과 공무원들도 대부분 자리를 비웠다.

실제 지난 24일 기자가 중구의회에 전화해 “의회 전문위원과 상담하고 싶다”고 요청하자 담당 직원은 “전문위원 3명 모두 출장(연수) 중”이라고 답변했다. 민원인조차 텅 빈 의원실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울산에서 구의회 사무를 담당했다는 A씨는 “구의회가 임기 만료를 남겨둔 상황에서 합동연수를 다녀온 건 부적절한 행동이다”며 “모두 재선, 3선은 당연한 일로 생각하는 것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승혁 기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